[시가 있는 휴일] 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2024. 2. 1. 21:52
하나의 불이 꺼질 때 나의 영혼이 어디로 옮겨 가는지 궁금해
내가 희미해질 때 왜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은 전부 검게 물들어가는지
내가 사라질 때 또다른 빛을 보는 아이들의 표정은 얼마나 생생할까
어디선가 달리고 있을 아이들은 모래알처럼 빛이 날까, 초원의 풀처럼 자꾸만 솟아날까
용기가 없는 사람의 용기가 정말로 궁금해
잠들기 싫은 날에 나를 오래도록 켜놓은 사람의 다음 날이
힘을 내려고 밥을 푹푹 떠먹는 사람의 아침 인사가 궁금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이 하얀 연기는 내가 말하는 방식일까, 당신이 말하는 방식일까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나를 자꾸만 피운다
나는 당신에게 몇분의 기억이 될 수 있을지
당신이 읽는 책의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
당신이 울면서 했던 기도가 이루어졌을
세계에서 당신이 지을 환한 미소가
-강우근 시집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중에서
궁금해 하는 것이야말로 아이의 마음일 것이다. 궁금해 하는 건 사랑의 가장 순수한 형태일 수도 있다. “궁금해”가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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