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메딕스, 중국·브라질·중동…K필러에 꽂히다 [영업이익 강소기업]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2. 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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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휴메딕스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OPM)은 모든 기업의 희망 사항이다. 특히 20%대 OPM은 ‘이상향’에 가깝다. 휴메딕스는 이를 이뤄낸 곳 중 하나다. 10%대를 유지하다 2022년 연간 매출 1231억원, 영업이익 260억원을 달성해 20%대에 진입했다. 2023년 성적표는 더 눈부시다. 1월 24일 공시(매출액 15% 이상 변동 건)에 따르면 연간 매출 1522억원, 영업이익 3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3.6%, 43.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4.5%에 달한다.

휴메딕스 어떤 회사?

‘동아리’ 모태…한때 적자 허덕여

휴메딕스는 경희대 한약학과 창업연구 동아리 ‘한약마을’을 모태로 2003년 설립됐다. 당시 주요 사업은 살구씨 추출 물질을 활용한 항암 치료제였다. 여성 생리통 치료제 등을 내놓으며 사업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05년 ‘히알루론산’ 연구에 뛰어들었다. 히알루론산은 인체 피부나 관절에 있는 천연 고분자 화합물로 수분 흡착력이 뛰어나 보습, 필러, 관절염 치료 등에 활용되는 물질이다. 한약마을은 2007년 에이치브이엘에스(HVLS)로 사명을 바꾸고 본격적인 바이오 벤처기업 행보를 시작했다.

변화 의지는 분명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은커녕 영업이익 내기도 빠듯했다. 과거 실적을 살펴보면 2010년까지도 적자가 익숙했던 기업이다. 2006년 약 1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07년과 2009년에도 각각 9억원, 3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0년에도 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미처리 결손금만 79억원으로 불어났다. 결국 2010년 투자자 요구로 경영권 매각이 추진됐고 당시 주요 주주였던 휴온스가 지분 20%를 추가 취득하며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휴온스는 HVLS 사명을 휴메딕스로 변경하고 경영 전반을 손봤다. 불필요한 사업은 정리하고 히알루론산에 집중했다. 연구 인력도 히알루론산 전문가 중심으로 충원했다. 휴메딕스가 보유한 히알루론산 추출 기술은 휴온스 제약 사업에 큰 힘이 됐다. 휴메딕스 역시 휴온스의 50년 영업력에 힘입어 2011년 흑자를 냈다. 2012년에는 미용 필러 ‘엘라비에’의 식약청 허가를 취득하고 본격적인 필러 사업에 나섰다. 2014년에는 코스닥 상장까지 이뤄냈다. 필러 사업 부문에서 본격적인 성과가 나면서 실적도 대폭 개선됐다. 상장 직후인 2015년 연간 매출은 421억원, 영업이익은 14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70% 이상 개선된 놀라운 성장세였다.

영업이익률 왜 높나

엘라비에·리볼라인 수출 好好

휴메딕스의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이끄는 건 엘라비에와 리볼라인 등 필러 제품이다.

에스테틱 등 의료미용 부문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그중에서도 필러는 손꼽히는 고마진 분야다. 관련 업계에서 “소비자 신뢰만 얻으면 이익은 알아서 따라온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휴메딕스도 마찬가지다. 휴메딕스 매출은 제품(직접 개발·판매)과 상품(매입 판매)으로 구분되는데,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매출(1155억원) 중 873억원(75.5%)이 직접 개발해 판매하는 제품 매출이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 필러 관련 매출이다. SK증권은 지난해 3분기 누적 필러 매출이 364억원에 달한다며, 연간 509억원의 매출을 내다봤다.

소비자를 사로잡은 휴메딕스 필러의 강점은 뭘까. 회사 측은 독자 개발한 가교 기술을 꼽는다. HiVE(High Visco Elasticity) 공법부터 HI(High Molecular Idelreticulated Matrix) 공법, Hi-B(High Viscoelasticity-Hybrid) 공법 등 다양하다. 구체적으로 따져 들면 조금씩 다르고 제품별 적용된 공법도 차이가 있다. 다만 공통적으로 필러의 체내 지속 시간 연장과 히알루론산 고유의 점탄성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휴메딕스의 대표 필러 제품 엘라비에 프리미어, 프리미어 소프트, 리볼라인 시리즈 등이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최근 ‘K컬처 열풍’도 휴메딕스 고공행진의 배경이다. 한국 문화와 아티스트를 향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국내 에스테틱에 대한 관심도 역시 커졌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필러 수출액이 내수 매출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SK증권은 지난해 휴메딕스 필러 수출액을 276억원, 내수 매출을 233억원으로 예상했다. 예상 수출액의 경우 전년(163억원) 대비 40.3% 증가한 수치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든 게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휴메딕스는 2014년 주력 제품 엘라비에의 정식 품목허가를 시작으로 중국 시장을 본격 공략 중이다. 2019년에는 리도카인(국소마취제)을 함유한 히알루론산 필러 엘라비에 딥라인의 수입 제품 품목허가도 받았다. 중국 매출이 현재 수출액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망도 긍정적이다. 중국 내 의료미용 시장 성장세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중국 의료미용 시장 규모는 2643억위안(약 4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3115억위안(약 58조1800억원)으로 예상된다.

2022년 하반기부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브라질 매출 성장세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증권가는 지난해 필러 수출 매출 급증은 중국과 브라질 매출 영향이 컸다고 평가한다. 별개로 휴메딕스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등으로 수출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제품 품목허가도 끝낸 상태다. 김진환 휴메딕스 대표는 “2023년은 외형과 수익성 모두 견조한 성장을 기록했다”며 “올해는 새로운 성장동력 사업인 헤파린나트륨 국산화를 통한 바이오 원료의약품 사업 확대, 벨피엔(PN메조필러) 등 에스테틱 신제품의 국내외 임상과 허가 진행 등으로 새로운 성장 기반을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휴메딕스 제2공장 전경. (휴메딕스 제공)
실적·주가 괴리감 과제

기업가치 제고 의지 뚜렷

잘나가는 휴메딕스도 한 가지 고민은 있다. 호실적에도 힘 받지 못하는 주가다. 1월 23일 기준 휴메딕스 종가는 2만9450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사실상 변동폭이 없는 상태다. 증권가에서도 ‘과도한 저평가’ 의견이 나온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12개월(12MF) EBITDA 655억원에 에스테틱 기업 EV/EBITDA 11배를 적용 시 가치는 7868억원(예상 순현금 664억원 포함)이다. 현재 시가총액(3300억원대)보다 높다. 절대 저평가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휴메딕스 주가가 억눌린 요인 중 하나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였다. 2021년 휴메딕스는 4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당시 기준 전환 청구 시 지분율 14.4%에 달하는 대형 CB였다. 백신 위탁생산(CMO) 사업 진출을 위한 결정이었다. 다만 결과적으로 관련 사업은 잘 풀리지 않았다. CB 잔여 물량은 오버행으로 인식됐고 주가 흐름에 악재로 작용했다.

통상 기업들은 CB 상환에 미온적이다. 불필요한 비용 지출로 생각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휴메딕스는 지난해 3월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CB 물량 일부를 취득해 소각했다. 당시 콜옵션 규모는 180억원으로 콜옵션 최대치(발행가액의 40%)였다. 지난 1월에는 잔여 CB 물량이 모두 조기에 전환청구됐다고 밝혔다. 만기일(2026년 4월 6일)을 약 2년 앞둔 시점이다.

휴메딕스 관계자는 “조기에 전량 전환청구가 완료돼 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사라졌다”며 “올해는 기업의 성장성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휴메딕스의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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