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경매 적기? 50억 넘는 고가 경매 물건 쏟아지는데…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2024. 2. 1.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1번 출구로 나와 고개를 돌리면 대로변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도로 건너편에는 리센츠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으며 1번 출구 방향에는 트리지움 아파트가 위치했다. 총 3696가구 대단지인 트리지움은 행정구역상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지난해 12월 트리지움 전용 84㎡가 경매 매물로 나왔다. 11층 매물로 감정 가격은 19억6000만원이며 20억4699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04.4%다. 주목할 점은 응찰자 숫자다. 새로운 주인을 찾기는 했지만 응찰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

잠실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새로운 물건을 매수하기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허가 대상 면적을 초과하는 주택을 매매할 경우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이 가능해 같은 기간 매매나 임대가 금지된다. 반면 경매로 매수할 경우 자금조달계획서 등 여러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때문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를 경매로 낙찰받아 갭투자를 하려는 투자 수요가 꾸준히 이어졌다. 바꿔 말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는 별다른 권리 하자가 없을 경우 경매 시장에서 항상 인기가 좋았다.

비슷한 사례로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1단지 전용 47㎡ 역시 지난해 12월 열린 경매 시장에서 유찰 없이 응찰자 1명만 입찰에 참여했다. 감정 가격은 11억4000만원, 낙찰 가격은 11억4610만원으로 낙찰가율은 100.54%다. 트리지움이나 목동신시가지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도 인기 있는 매물이 경매로 나왔음에도 응찰자 수가 1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있다. 현재 부동산 경매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꼽힌다.

부동산 시장 ‘바로미터’로 불리는 경매 시장에서 한파가 거세지고 있다. 경매 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강남 꼬마빌딩 매물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매물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반면 수요자 판단은 보다 냉정해졌다. 경매 시장에서 소위 말하는 ‘인기 매물’이 나와도 응찰자 수는 예전 대비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영향이 본격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미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매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내다본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권리 분석과 옥석 가리기만 제대로 한다면 보다 저렴하게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가 물건 쏟아지는 경매 시장

50억 이상 꼬마빌딩 매물 늘어

경매 시장에 고가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인기를 끌었던 꼬마빌딩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50억원 이상 매물이 경매 시장에 나온 건수는 548건으로 2022년 같은 기간(354건)보다 54.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과 11월은 각각 109건, 114건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달 각각 55건, 72건보다 많게는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고가 매물은 급증했지만 여러 이유로 새 주인을 찾는 경우는 드물었다. 지난해 하반기 50억원 이상 매물 평균 매각율은 24.6%로 2022년 하반기(31%)와 비교해 크게 낮았다. 감정 가격 대비 낙찰 가격 비율을 나타내는 낙찰가율도 같은 기간 69.7%에 불과했다. 2022년(74.6%)과 비교해 약 5% 감소한 수치다.

꼬마빌딩과 같은 업무용, 상업용 부동산뿐 아니라 20억~30억원대 고가 아파트 역시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 3주 경매 시장에서 가장 높은 낙찰 가격을 기록한 부동산은 청담동 청담자이 105동 전용 85㎡ 매물이다. 감정 가격 35억4000만원에 1번 유찰된 후 2번째 매각에서 총 7명이 응찰해 감정 가격과 비슷한 35억401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써밋 전용 85㎡ 또한 고가 아파트로 주목받았다. 감정 가격은 27억1300만원으로 1차례 유찰 후 4명의 입찰 끝에 24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90.7%다. 인기 좋은 강남 3구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응찰자 수나 낙찰가율이 낮다는 점이 눈에 띈다.

10억원 이하 중저가 부동산의 경우 분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낙찰률이나 낙찰가율이 모두 급락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일명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1월 1~16일 노도강 지역에서 모두 60건의 아파트 경매가 진행됐는데 이 중 6건만 낙찰됐다. 낙찰률은 10%, 낙찰가율은 78.9%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낙찰률(30.3%)이나 낙찰가율(86.4%)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구체적으로 1월 16일 경매로 나온 노원구 월계동 월계2단지 전용 39㎡ 매물은 감정 가격이 4억8000만원이었지만 낙찰 가격은 3억520만원으로 낙찰가율은 불과 64%에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강남 3구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가 경매 매물로 나올 경우 권리 분석에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1회 차에도 10명 이상 응찰자가 몰렸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전반적인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앞으로 경매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로 경매 투자자들도 좀 더 신중해졌다”고 말한다.

지난 1월 셋째 주 경매로 나온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 85㎡는 35억401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윤관식 기자)
낙찰가율 ‘뚝’ 떨어진 이유는?

높은 감정가에 늘어난 경매 매물

경매 낙찰가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매물 자체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서울 법원 부동산 경매 건수(누적)는 1만7966건으로 2022년 연간 경매 건수(8812건)의 두 배가 넘었다. 매물이 크게 증가하다 보니 전반적인 관심도가 분산되면서 낙찰가율이 하락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경매 감정 가격 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적 차이 때문이다. 경매 감정 가격은 통상적으로 약 6개월에서 1년 전 시세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올해 1월 경매로 나온 매물은 대부분 지난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감정가가 매겨졌다. 2023년은 3~4월 이후 10월까지 일시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흐름이었다. 지금 시세 대비 다소 비싼 가격에 감정 가격이 책정된 경우가 많았다. 낙찰가율이 하락한 것은 상대적으로 시세 대비 감정 가격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관심사는 앞으로 전망이다. 부동산 경매는 권리 분석이나 명도 과정에서 사용하는 시간과 비용, 노력 등이 많이 든다. 시세 대비 95% 이상 가격에 낙찰받는다면 차라리 급매로 사는 게 더 낫다. 반면 괜찮은 매물을 시세 대비 80~90% 수준에 매수할 수 있다면 경매도 내집마련의 또 다른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실수요자라면 올해 경매 시장 역시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경매 매물이 늘었다고 하지만 올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강제경매 신청은 3101건으로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임의경매 신청 역시 3858건으로 약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경매 신청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올해 매물은 역대급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입찰 금액을 최대한 낮게 제출하는 것도 경매 시장을 활용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