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사령관 "이종섭 장관 지시로 이첩 보류, 지시 없었다면 이첩했을 것"

김도균 2024. 2.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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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환 사령관, '사단장 처벌에 VIP 격노' 질문엔 "그런 사실 없다"

[김도균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2.1
ⓒ 연합뉴스
 
군 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군사재판에 넘겨진 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중장)이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이첩보류 지시가 없었다면 해당 사건기록을 정상적으로 경찰로 이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1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영내 중앙지역 군사법원에 출석한 김 사령관은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결재까지 한 이종섭 장관이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면, 이첩하지 않을 특별한 이유가 없지 않았느냐'는 박 대령 측 변호인 질문에 "(이종섭) 장관님 지시가 없었다면 정상적으로 (경찰로) 이첩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2023년 7월 30일 오후 임성근 당시 해병 1사단장 등 8명의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를 보고 받은 이종섭 전 장관은 보고서에 서명을 했지만, 바로 다음날인 7월 31일 국외출장을 앞두고 갑자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박정훈 대령 측 변호인이 이 전 장관이 결재를 번복한 당일 박진희 당시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과 김 사령관이 여섯 차례 통화한 기록을 제시하며 "통화한 사실이 맞느냐"라고 묻자 김 사령관은 "답변을 거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판에서는 김계환 사령관이 박진희 당시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과 이첩 보류 문제를 놓고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도 논란이 됐다.

박 보좌관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김 사령관은 유족 여론 악화 가능성과 야당의 쟁점화 등을 이유로 수사결과의 경찰 이첩을 늦추기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런 메시지 내용이 결국 김 사령관 본인의 생각이 아니었는지 묻는 변호인 말에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의 판단을 글자 하나도 안 바꾸고 (군사보좌관에게)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령관은 자신의 업무수첩에 '주요 표시(※)' 및 '별표 두 개(★★)' 와 함께 "장관님 : 제가 책임지고 넘기겠다(내일)"라고 썼던 글씨가 지워진 사실과 관련해 "제가 했고(썼고) 삭제했을 것"이라면서도 "제 생각인지, 수사단장(의 생각)이었는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사령관은 또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한 관련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되찾아 온 지난해 8월 2일 저녁 해병대 중앙수사단장과 한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진실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수사단원들의 동요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김계환, 대통령실 외압 의혹 부인... 박정훈 대령 향해선 "편향 가치 내세워" 비난

김 사령관은 대통령실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재판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임성근 사단장 처벌 계획에 대해 격노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김 사령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박 대령을 포함해 해병대수사단 전체 인원이 잠 안 자고 열심히 노력한 것을 충분히 인정한다. (조사)한 것에 대해 신뢰한 것은 인정한다"면서 "이첩 전까지 수사단에 수사를 위한 모든 권한과 여건을 보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사령관은 "(해병대수사단이 애를 쓴 것은) 이첩 보류 지시와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며 박 대령이 자신의 지시를 어기고 사건기록을 경찰로 이첩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사령관은 다만 '피고인(박정훈 대령)이 이첩 보류 지시를 못 따르겠다고 노골적으로 반항한 사실이 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 (못 따르겠다고) 명시적으로 발언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의 처벌을 원하느냐'는 군판사의 질문에 "이첩 보류와 관련한 지시를 어긴 건 명확하다. 군인이 지시를 어긴 것은 어찌 됐든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퇴정 직전 마무리 발언을 요청한 김 사령관은 "자의적인 법 해석과 본인이 옳다고 믿는 편향적 가치를 내세웠다"고 박 대령을 비난했다.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맺어진 해병대의 역사와 전통을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과 영웅심리로 흔들어선 안 된다"라고도 했다.

박 대령, 김 사령관에 대해 "얼마나 고충 심하실까 가슴 아파"

김 사령관이 법정을 나간 후 발언 기회를 얻은 박정훈 대령은 "김 사령관과는 김포(해병2사단)과 해병대사령부에서 세 번을 함께 근무했다"면서 "같이 근무하면서 (김 사령관이) 정말 부하를 위하고 해병대를 사랑하는 마음에 가슴 깊이 존경해왔고, 그리고 항상 충성으로 보답을 했었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이어 "(김 사령관이) 얼마나 고충이 심하실까 가슴이 너무 아프다. 사령관님에게 진심으로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김 사령관이 법정에 들어서자 먼저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박 대령은 벌떡 일어나 "필승" 구호와 함께 김 사령관을 향해 거수경례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이후 반 년만에 처음으로 이날 재판정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100여 석의 방청석은 예비역 해병들과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가득 매웠다. 일부 방청객은 김계환 사령관을 향해 "사령관 정신 차려" "창피하다"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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