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갈기갈기 찢겼다"…조선인 추도비 산산조각 낸 日군마현
일본 군마현이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있던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끝내 철거했다. 콘크리트로 만든 구조물은 잘게 부서져 산산조각이 났다.
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군마현 당국은 지난달 29일 추도비를 철거하는 행정 대집행 공사에 착수해 전날 철거를 마쳤다. 아사히가 전날 오전 군마의 숲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추도비가 있던 자리는 빈 터로 변했다.
조선인 추도비는 지름 7.2m인 원형 토대 위에 세워졌으며, 높이 4m인 금색 탑이 나란히 서 있었다. 군마현은 공원을 전면 폐쇄해 일반 시민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후 중장비로 이를 허물었다.
트럭과 중장비가 땅을 고르는 광경과 비석 토대 부분 등으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잔해가 쌓인 모습이 포착됐고, 추도비의 원형과 비석은 산산조각이 났다.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한반도와 일본 간 역사를 이해하고 양측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설치했다.
비석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적혔고,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글이 새겨졌다. 군마현은 지난달 29일 추도비에서 금속제 비문(碑文) 등을 떼어내 시민단체인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에 전달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 관계자는 철거 사진을 보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양심이 갈기갈기 찢겼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도비는 군마의 양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추도하는 표석인데, 그것을 권력이 제거한다는 것이 용납되느냐"며 "군마현의 행동에 분노를 느낀다. 군마현이 대죄의 역사를 남겨버렸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 단체는 오는 12일 공원이 개방되면 현장을 방문한 뒤 향후 활동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앞서 군마현은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참가자가 '강제 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자체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군마현은 조선인 추도비를 철거해 달라는 요구에 시민단체가 응하지 않자 행정 대집행을 통해 철거를 강행했다. 시민단체는 "군마현이 정당한 이유도 없이 조선인 추도비 철거에 나섰고, 철거 방법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구글 지도에서도 추도비 관련 위치 정보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준 구글 지도에서 군마의 숲이 있는 곳을 확대해 일본어로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를 입력하면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기존에는 군마의 숲 내에 '조선인 추도비'라는 명칭으로 비석 위치가 표시돼 있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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