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안식년·사역 준비로 일시 귀국했지만, “‘동가식서가숙’ 고충 여전”
선교사 향한 한국교회의 세밀한 관심과 지원 요구
무슨 일이든 잠시 멈추고 재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해외 선교지에서 복음 전령사로 헌신한 선교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잠시 사역을 내려놓고 일시 귀국한 선교사들은 뭘하고 있을까. 고국땅을 밟았지만 마땅히 머물 곳이 없어 거처를 전전하거나 건강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선교사들을 향한 한국교회의 세밀한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일시귀국 선교사들 중엔 사역에 ‘올인’하면서 검진을 차일피일 미루다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뒤 부랴부랴 귀국행을 선택한 이들이 부지기수다. 고국에 오가는 비용이 부담스러울뿐더러 사역 공백에 따른 대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민 1.5세로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등에서 사역한 정혜진(48) 선교사는 지난해 8월 자궁암 판정을 받았다. 10년 만에 귀국한 그는 그동안 건강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정 선교사는 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사역 때문에 안식년을 1년씩 연장했다”며 “선교지에서 한국에 오가기 쉽지 않고 사역을 내려놓고 가는 게 현지 교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부터 이상 신호가 있었던 것 같은데 쉴 틈이 없었다. (발병 후이지만) 모처럼 한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치료 받아야 하는 그에게 또 다른 난관이 놓였다. 외국에 보낸 세월이 길다 보니 한국에서는 외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이 된 것. 그는 “외국인등록증을 만드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교회와 선교단체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선교단체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에 들린 유광식(57) 태국 선교사는 선배 선교사의 병문안을 갔다고 했다. 그는 “30년 이상 태국 치앙라이에서 사역한 선배 선교사가 림프종 혈액암 말기로 투병 중이어서 그를 방문해 위로했다”며 “저 역시 대장에 용종이 발견돼 2년에 한번씩 검진을 받고 있다. 건강 문제로 오는 4월에 다시 한국에 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자 연장을 위해 귀국했다가 수술·치료 등의 과정을 거쳐 국내에서 이주민 사역을 시작한 선교사도 있다. A국에서 사역하던 B선교사 부부는 2017년 초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한국에서 다시 선교지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선교사훈련센터에서 선교사 관리 및 훈련의 역할을 했다.
그러던 그에게 또 다른 위기가 생겼다. 아내 선교사의 간질환으로 간을 3분의 2가량을 떼어내게 된 것. A선교사 부부가 치료받았던 데에는 2~5년 주기로 검진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파송교회 시스템 덕분이다. A선교사는 “온누리교회 선교본부의 경우 적어도 5년 주기로 반드시 귀국해 건강검진을 받도록 권면한다”며 “성도들의 기도와 선교본부 덕분에 한국에서 새로운 사역을 할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A선교사 부부는 이달부터 온누리교회에서 이주민 사역을 시작한다.
사역을 준비하기 위해 일시 귀국한 경우도 있다. 몽골 울란바타르에 있는 선교사자녀 학교(UBMK)에서 교목으로 사역하는 김영선(47) 몽골 선교사는 최근 가족과 한국을 방문했다. 김 선교사 부부가 사역하는 학교를 섬길 교사 선교사를 찾기 위함이다. 김 선교사는 “다음 달이 학교 개학이라 그 전까지 방문 교회에 선교사 자원을 요청할 예정”이라며 “한국에 있는 동안 후원 교회를 다니며 선교 보고를 하고 후원 교회 모집, 건강 검진 등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일시 귀국했지만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동가식서가숙하면서 떠도는 선교사들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선교단체 제자선교회 파송으로 D국에 파송돼 비자 연장으로 잠시 귀국한 C선교사는 소속 단체 선교사들의 사정을 전하면서 “중국 등에서 추방당한 선교사들은 오랫동안 선교지에 있던 탓에 국내에서의 거취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14년간 E국에서 교회 개척 및 중보기도 사역을 하다 지난달 귀국한 F선교사는 “귀국한 선교사들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사역을 감당하거나 그것도 어려우면 사역 자체를 내려놓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선교사지원단체 아시안미션 이상준 대표는 “한국교회 내에 선교사를 위한 숙소 제공뿐 아니라 선교 사역 재정비에 도움을 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최하은 김수연 박윤서 인턴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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