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사람·건물’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교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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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놀이터든 초등학교 운동장이든 이 사람이 나타나면 아이들이 몰려든다.
홀로 놀이터와 운동장에 남겨진 아이들이 안타까워 시작한 일이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아이들로 집이 좁아지자 창고 건물을 빌려 어린이 100명을 수용할 공간을 마련했다.
이후로도 저자는 5년간 축구를 하며 '잘 놀아주는 착한 동네 아저씨'로 아이들 곁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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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놀이터든 초등학교 운동장이든 이 사람이 나타나면 아이들이 몰려든다. 방과 후 놀 거리를 찾아 알음알음 모여든 어린이와 매일 축구하길 8개월째. 어느새 공을 차는 아이들 수가 100명에 다다랐다. 평소처럼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공을 차던 그에게 교장이 다가와 말을 건다. 도대체 누구길래 운동장에 들어서기만 하면 아이들이 달려와 안기냐는 것이었다.
경기도 오산 하늘땅교회 목사이자 작은교회연구소장인 저자가 교회 개척 당시 겪은 일화다. 서울서 부교역자 생활을 하다 교회 개척의 꿈을 품고 아무 연고 없는 오산에 왔지만 “교회가 많은데 왜 개척해야 하느냐”는 아내의 반대에 부딪혀 답보 상태에 놓였을 때다.
수 개월간 그가 한 일의 전부는 동네 어린이와 축구하는 것뿐이었다. 홀로 놀이터와 운동장에 남겨진 아이들이 안타까워 시작한 일이었다. 축구모임이 주중을 넘어 일요일까지 확대되자 집을 개방해 같이 라면을 먹고 율동을 가르쳤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아이들로 집이 좁아지자 창고 건물을 빌려 어린이 100명을 수용할 공간을 마련했다. 하늘땅교회 다음세대 사역이 본격 출발한 순간이다. 이후로도 저자는 5년간 축구를 하며 ‘잘 놀아주는 착한 동네 아저씨’로 아이들 곁을 지켰다.
책에는 14년 전 ‘맨땅에 헤딩’ 하는 각오로 교회 개척에 나선 저자의 고군분투가 곳곳에 담겼다. 그렇다고 ‘라떼는’(나 때는)으로 시작하는 고루한 경험담만 있는 건 아니다. 저자가 교회 현장과 대학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교회론과 목회 구조, 사역 방향 등이 풍부한 참고문헌과 함께 수록됐다.
무엇보다 저자가 천착한 건 교회론 연구다. 교회론이 명확해야 교회의 목회와 사역 방향이 올바를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그는 초대교회 공동체에서 고민의 답을 찾았다. 다문화·다종교·다언어 시대를 맞은 우리 사회가 1세기 초대교회 상황과 유사하다고 판단해서다.
“유대교의 작은 흐름이었던 기독교가 어떻게 로마제국에 퍼져 급성장과 부흥을 경험했을까. 이는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매력적 삶 때문이다.” 165년 발병한 안토니우스 역병과 251년 유행한 키프리아누스 역병 당시 초대교인은 자진해 환자를 돌보고 장례를 치러줬다. 초대교인의 남다른 삶에 매료된 이들이 늘면서 기독교 개종자의 수도 증가했다.
초대교회를 모본 삼은 저자의 목회는 여느 교회와 다른 구석이 적잖다. ‘공동 목회’와 ‘교회 내 교회’를 추구하는 게 대표적이다. ‘어린이 부서’가 아닌 ‘어린이교회’를 세우고 공동 목회자가 이 교회 담임을 맡는 식이다. 토요일을 목회자가 가정을 돌보는 날로 제정한 것도 독특하다. ‘목회자 부부에게 대화가 없으면 사역도 어려워진다’는 이유다.
빠른 성장을 추구해온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리는 교회 방침도 눈길을 끈다. ‘바쁜 교인을 다그치지 않는다’ ‘어린이는 관리 대상이 아닌 한 영혼이다. 어린이를 어린이의 교사로 삼으라’ ‘좋은 전도는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 아닌 복음대로 진심을 담아낸 삶이다’…. 성도 수가 100명이 넘으면 매번 분리개척에 나서고 건물 없이 교회를 유지하며 이웃 돌봄과 장학 사역에 헌금을 쏟아부은 뒤 매년 ‘빈 통장’을 유지하는 저자의 노력도 인상 깊다.
‘교회 개척의 3요소는 돈 건물 사람’이란 통설을 반박하며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교회론’임을 힘있게 보여준다. 작은교회연구소를 운영하며 그간 47곳의 교회 개척을 손수 도운 저자의 소감이 담박하다. “우리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도 위대한 꿈은 없다. 다만 하나님의 작은 일을 감당하는 어떤 교회이고 싶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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