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설선물 포장에 '십자가'…대통령실, 조계종 찾아 직접 사과

현예슬 2024. 2. 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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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조계종을 직접 찾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진 불교방송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설 선물 포장에 십자가 그림 등이 포함돼 불교계 일각에서 반발이 나왔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1일 조계종을 직접 찾아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설날을 앞두고 전날 제복 영웅·유가족, 사회적 배려계층, 종교계, 각계 원로 등에 선물을 전달했다. 이번 선물은 전통주, 잣, 유자청, 소고기 육포 등으로 구성됐다. 다만 불교계 등에는 전통주와 육포가 아사키아꿀과 표고채로 대신 전달됐다.

선물 포장에는 국립소록도병원 한센인 환자들의 그림 작품이 사용됐다. 그림에 십자가와 성당, 묵주 등이 담겼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로 시작되는 한센인 환자의 기도문이 동봉됐다. 이 때문에 불교계 내부에서는 종교 편향이란 지적이 나왔다.

소록도 한센인 환자들의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윤석열 대통령 설 선물상자. 사진 대통령실


이에 이 실장은 이날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만나 "저희가 좀 많이 부주의하고 생각이 짧았다"며 "도착하지 못한 선물은 다시 회수해서 포장을 새로 하고, 받으신 분들께는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진우 스님은 "보고를 받고 조금 놀라기는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오셔서 해명해 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종도들에게 이해를 구하겠다. 다음부터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처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배척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질병과 편견으로 아파했던 한센인들을 응원하고, 소록도가 치유의 섬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선물 포장에 한센인들이 그린 그림을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좀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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