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불교계에 십자가 그려진 설 선물 "특정종교 배척 아냐"

한센인 작가가 그린 그림 담아
대통령실 "한센인 응원하기 위한 것"
이관섭 비서실장 등 조계종 찾아 사과
총무원장 "빠른 해명 다행"

대통령실은 1일 불교계에 보낸 설 선물 포장에 십자가 그림이 담긴 것에 대해 "질병과 편견으로 아파했던 한센인을 응원하고 소록도가 치유의 섬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선물 포장에 (한센인 화가) 선생님들이 그린 그림을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불자회장인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사과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난 기자가 '불교에 보낸 설 명절 선물에 십자가 그림과 '아멘'이라는 말이 담긴 기도문이 포함된 경위가 뭐냐'고 묻자 "이번 선물의 그림은 어떤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배척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는 세심히 살피도록 하겠다"고 거듭 해명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해 헌신한 각계 원로, 제복 영웅·유가족 및 사회적 배려계층 등 각계 인사들에게 전통주 명절 선물과 대통령의 손글씨 메시지 카드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설 선물 전달 사실을 알렸다.

설 선물에는 차례용 백일주(공주), 유자청(고흥), 잣(가평), 육포(횡성)가 담겼고, 불교계에는 백일주와 육포 대신 아카시아꿀(논산), 표고채(양양)을 전달했다.

설 선물 포장지에는 국립소록도병원 입원 환자들이 그린 묵주를 든 여인, 교회, 성당 모습이 있어서 문제가 됐다. 또한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로 시작되고, '아멘'으로 끝나는 한센인의 기도문도 첨부돼 있었다고 한다.

이 실장과 황 수석은 이날 오후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예방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실장은 "이번에 저희들이 이제 대통령 선물을 여러 국민들하고 또 종교계에 계신 분들하고 또 여러 큰스님께 보내는 중에 저희들이 좀 많이 부주의하고, 또 생각이 짧아서 큰스님들께 보내는 선물에 다른 종교의 표식이 들어가고 이래서 저희가 큰 결례를 범했다"고 사과했다. 도착하지 않은 선물은 다시 회수해서 포장을 새로 해 보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진우스님은 "저도 조금 아까 보고를 받고 저도 조금은 놀라기는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오셔서 이렇게 해명해 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게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종도들에게 조금 이해를 구하고 저도 이렇게 선의를 보여주신 부분에 대해서 이제 상당히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다"며 "대신 이제 다음부터는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그렇게 조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황 수석은 이 실장과 진우스님의 면담 후 기자들을 만나 "한센인 전시회 도록이 있어서 이건 뭐 우리 소록도만큼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렵고 질병에 고통받고 또 소외되고 그런 이웃들이 없었다"며 "그래서 이런 설 명절을 계기로 해서 좀 우리 사회의 따뜻한 그리고 또 관심도 좀 많이 써줬으면 좋겠고 또 여기가 마침 좀 문화유산 같은 것도 좀 있고 해서 그걸 좀 국민들한테 상기시키자는 뜻에서 아마 우리 실무진들이 하다가 만들다가 조금 이렇게 사려 깊지 못한 그런 실수가 좀 있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