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선방쇼' 조현우, 아시안컵 16강 베스트11 선정…한국 선수 유일 [아시안컵]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 주역인 골키퍼 조현우가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베스트11에 뽑혔다.
AFC는 1일(이하 한국시간) 소셜 미디어 서비스(SNS)를 통해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는 2023 AFC 아시안컵 16강전 베스트 11 명단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 조현우가 이름을 올렸다. 조현우는 지난달 31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승부차기에서 두 차례나 상대 키커의 슛을 막아내며 한국의 8강행을 이끌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과 같은 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연이어 한국 대표팀 골문을 든든하게 지킨 그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알렸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주전 골키퍼로 나서 연장전까지 120분 풀타임을 뛴 조현우는 승부차기에서 두 팀 1~2번 키커가 모두 킥을 성공시킨 긴박했던 순간에 진가를 발휘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먼저 찬 가운데 상대 3번 키커 사미 알 나지의 킥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해 잡아낸 조현우는 이후 한국의 3번 키커 조규성이 골망을 흔든 뒤 또 한 차례 선방쇼를 펼쳤다.
사우디아라비아 4번 키커 압둘라 가리브의 슛마저 막아내면서 승기를 완전히 잡은 것이다. 한국은 4번 키커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번 시즌 10골을 기록 중인 황희찬이 나서 골망을 출렁였고 승부는 5번 키커까지 갈 필요 없이 끝났다.
조현우는 대구FC 시절이던 지난 2017년 K리그 클래식(현 K리그1) 베스트11 골키퍼 부문을 탄 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수상을 이어가고 있는 K리그1 최고의 골키퍼다.
다만 국가대표팀에선 러시아 월드컵 이후 김승규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면서 백업으로 뛰고 있었는데 이번 아시안컵 바레인과의 1차전(3-1 한국 승) 직후 김승규가 오른 무릎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하고 중도귀국하면서 조현우가 그의 빈 자리를 메워 활약하고 있다. 조현우는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2골, 3차전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3골을 내줘 다소 자존심을 구겼으나 사우디아라비아전 120분 혈투를 1실점으로 막아낸 뒤 승부차기에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국내 축구팬들은 "'빛현우'가 돌아왔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외신도 칭찬했다. ESPN은 "월드컵 영웅이 6년 지나 다시 한번 한국 축구대표팀의 구세주가 됐다. 조현우가 놀라운 역전극을 완성시켰다. 덕분에 한국은 1960년 이후 첫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조현우는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승부차기 연습도 많이 했다. 골키퍼 코치님이 내게 믿음이 있어 내 판단이 옳다고 하셨다"라고 밝혔다. 중계 방송사 인터뷰에서도 "쾨프케 골키퍼 코치가 큰 믿음을 줘서 편하게 승부차기에 임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쾨프케 코치는 독일 축구대표팀 골키퍼 출신으로 클린스만과 함께 1990 이탈리아 월드컵,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 1996 우승에 공헌한 멤버다.
쾨프케는 이후 지도자로 변신, 2004년부터 2021년까지 독일 축구 대표팀 골키퍼 코치를 맡았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클린스만과 함께 독일 대표팀 사단을 맡았고 이후 요하임 뢰브 전 감독과 2021년까지 함께했다. 옌스 레만, 마누엘 노이어,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 베른트 레노 등 21세기 훌륭한 후배 골키퍼들을 양성했다.
특히 노이어, 테어 슈테겐처럼 발기술이 준수한 골키퍼들을 지도하며 독일산 '스위퍼 키퍼' 탄생에 기여하기도 했다. 골키퍼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공격 작업), 노이어가 만든 스위퍼 유형의 현대적인 골키퍼상을 정립했다.
이번 승부차기에서도 조현우와 호흡하며 한국 대표팀에 온 뒤 첫 작품을 만들어냈다.
조현우는 아울러 승부차기 승리에 아내 역할도 있었음을 알렸다. 그는 승리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경기 나오기 전에 와이프가 오른쪽으로 뛰라고 했다. 우연의 일치로 맞았다. 와이프한테 고맙다"며 러시아 월드컵 때 드러냈던 '사랑꾼' 면모를 증명했다.
AFC는 조현우와 함께 공격진에 아크람 아피프(카타르), 우에다 아야세(일본), 야잔 알나이마트(요르단)를 공격진 베스트11에 뽑았다. 미드필더엔 마틴 보일(호주), 구보 다케후사(일본), 수파촉 사라차트(태국), 아지즈베크 투르군보예프(우즈베키스탄)가 선정됐다. 마이쿠마 세이야(일본), 해리 수타(호주), 에산 하지사피(이란)가 16강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수비수 3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3명으로 가장 많았고 호주 2명, 한국과 카타르, 요르단, 태국, 우즈베키스탄, 이란이 1명씩이다. 8강에 오른 나라 중에서는 타지키스탄만 1명도 뽑히지 못했고, 16강에서 진 나라로는 태국이 유일하게 베스트 11을 배출했다.
앞서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라운드별 베스트11에 이강인과 황인범이 각각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이강인은 2번, 황인범은 한 번 뽑혔다.
우선 이강인은 AFC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조별리그 3차전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이강인은 지난달 25일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E조 3차전에서 풀타임 소화하며 전반 21분 코너킥 상황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헤더 선제골을 도왔다. 이후 말레이시아가 동점골과 역전골을 터트리자 후반 38분 환상적인 프리킥을 날렸다.
완벽한 슈팅을 위해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하던 이강인의 왼발 프리킥은 그대로 가까운 골포스트 구석에 향했다. 이 때 슈팅이 골대를 맞은 뒤 말레이시아 골키퍼 손 맞고 라인 안으로 빨려들어가 골로 선언됐다. 패색이 짙은 가운데 나온 귀중한 재동점포혔다.
사실 이 골은 처음엔 골키퍼 자책골로 기록됐다. 그러나 AFC는 기록 정정을 통해 이강인의 득점으로 인정했다. 이강인은 1차전 요르단전 멀티골에 이어 이날까지 3골을 기록하게 됐다. 한국은 이후에도 한 골씩 주고받아 3-3으로 비겼지만 이강인 만큼은 빛났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에 따르면, 이날 이강인은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패스 성공률 91%(64/71), 기회 창출 5회, 슈팅 2회, 크로스 성공률 26%(5/19), 반칙 유도 4회 등을 기록하는 등 태극전사들 중 가장 빼어난 활약상을 펼쳤다.
이에 AFC는 그를 조별리그 3차전 베스트11으로 뽑았다.
당시 3-4-3 전형으로 돼 있는 라인업에서 이강인은 오른쪽 윙백 자리에 배치돼 조별리그 최종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뽑혔다. 골키퍼 자리엔 사우디아라비아전 무실점을 이끈 사라논 아누인(태국)이 배치됐고, 파루흐 사이피에프(우즈베키스탄), 압둘라 알카이바리(사우디), 무사브 알바타트(팔레스타인)이 수비진을 형성했다. 이강인과 파르비즈존 우마르바예프(타지키스탄), 메흐디 타레미(이란), 알리 자심(이라크)이 중원을 맡았고, 최전방엔 우에다 아야세(일본), 아이멘 후세인(이라크) 그리고 한국전에서 스코어 1-1을 만드는 동점골을 터트린 파이살 할림(말레이시아)이 뽑혔다.
이강인은 1차전 베스트11에도 선정된 적이 있다. 이강인은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 때 멀티골을 달성하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AFC는 1차전 베스트11에 4-4-2 포메이션 아래 이강인을 미드필더로 뽑았다. 또 이강인과 함께 태극전사 황인범(즈베즈다)도 1차전 베스트11에 함께 뽑혔다.
다만 태극전사들은 졸전 끝에 요르단과 2-2로 비긴 2라운드에선 베스트11에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한국은 비록 이번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으나 이강인, 황인범, 조현우 등이 라운드 베스트11에 선정되면서 포지션 곳곳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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