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 산산조각 철거... 빈터만 남아

윤현 2024. 2. 1. 17:2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본 군마현 당국이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있던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도비를 관리하는 시민단체가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2년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군마현 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하면서 철거가 확정됐다.

  군마현 당국은 시민단체가 철거 요구에 불복하자 지난달 29일 공원 전체를 폐쇄하고 추도비를 철거하는 행정 대집행에 들어갔고, 시민단체 측에 철거 비용 3천만 엔(약 2억 7천만 원)을 청구하겠다고 통보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추도비는 군마의 양심... 갈기갈기 찢겼다는 생각"

[윤현 기자]

 일본 군마현 현립공원 '군마의 숲'에 세워져 있었던 조선인 추도비
ⓒ 일본 시민단체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
 
일본 군마현 당국이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있던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사히신문>은 1일 군마의 숲 상공에 헬리콥터를 띄워 철거 현장을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추도비가 있던 자리는 빈터가 됐고, 비석을 철거해 잘게 부순 잔해가 쌓여 있다. 추도비는 지름 7.2m인 원형 토대 위에 세워졌으며 높이 4m의 금색 탑이 옆에 나란히 서 있었다.

<아사히신문>은 "추도비가 있던 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고, 중장비로 새 흙을 메워 땅을 고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앞서 <아사히신문>은 30일 자 사설에서 조선인 추도비 철거와 관련해 "급작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폭거"라며 "즉시 중지할 것을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 지사에게 요구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관련기사: 일제강점기 조선인 추도비 철거 시작... 일 언론도 비판).

추도비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강제연행을 조사하던 일본 시민단체가 역사적 사실을 잊지 말고 한일 간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1995년 건립했고, 당시 군마현 의회도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건립 당시 '종교적·정치적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으나, 2012년 추도제 때 행사 참가자가 '강제 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극우단체들이 문제 삼아 철거를 요구했다.

논란이 되자 추도비를 관리하던 시민단체는 매년 열던 추도제도 자제했으나, 군마현 당국은 10년마다 설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내세워 2014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하고 철거를 요구했다. 

추도비를 관리하는 시민단체가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2년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군마현 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하면서 철거가 확정됐다.

일 법학자 "한일관계 기반 약해... 하면 안 되는 일"
 
 일본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 철거 현장을 보도하는 <아사히 신문>
ⓒ 아사히신문
 
 군마현 당국은 시민단체가 철거 요구에 불복하자 지난달 29일 공원 전체를 폐쇄하고 추도비를 철거하는 행정 대집행에 들어갔고, 시민단체 측에 철거 비용 3천만 엔(약 2억 7천만 원)을 청구하겠다고 통보했다. 

또한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적힌 금속판과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글이 새겨진 금속제 비문 등을 떼어내 시민단체에 전달했다.

추도비를 소유한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 공동 대표 미야가와 쿠니오씨는 철거 사진을 보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양심이 갈기갈기 찢겼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추도비는 군마의 양심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돌아가신 분들을 추도하는 표석인데, 그것을 권력이 제거한다는 것이 용납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군마현의 행동에 분노를 느낀다"라며 "대죄의 역사를 남긴 군마현에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오는 12일 철거 작업이 모두 끝나고 군마의 숲이 재개방되면 현장을 확인한 뒤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엔도 켄 도쿄대학 법학대학원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최근 한일관계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기반이 약하다"라면서 "(추도비 철거는) 지금 같은 시기에 해서는 안 되는 일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