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필수의료 10조 이상 투입…의료개혁 후퇴 땐 국가역할 저버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붕괴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 강화책으로 “건강보험 적립금을 활용해 필수의료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 개혁’을 주제로 8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필수의료를 되살리기 위해 우선 수가(건강보험 재정에서 병·의원에 지급하는 의료행위 대가) 인상을 통한 의사 유입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4대 정책 패키지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같은 말이 유행하는 나라는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없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 역량과 건강보험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의료시스템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이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첫번째 해법으로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고령 인구가 급증하고, 보건산업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지역의료,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도 의료 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라며 “양질의 의학 교육과 수련 환경을 마련해 의료인력 확충을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의료인력 확충의 핵심인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은 “숙고와 논의가 필요한 과제는 대통령 직속특위를 설치해서 하나하나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에 묶여있다.
지역의료 재건도 과제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선진국이라고 말하기에 부끄러울 것”이라며 “지역의료를 근본적으로 살리기 위해 지역인재 전형 확대, 지역 정책 수가, 지역 네트워크 구축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역필수 의사제를 추진한다. 지역의 의사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장학금·수련비용·거주비용을 지원받은 의사가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는 방식이다. 필수의료가 취약한 지역에는 더 높은 수가를 적용해주는 ‘지역수가’ 도입도 추진한다.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방안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의료인에 대한 고소·고발이 많지만 실제로 의사가 고의나 중과실로 판명되는 경우는 매우 적다”며 “제도를 전면 개편해 의사는 소신껏 진료하고, 피해자는 두텁게 보상받도록 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소·고발이 있다고 해서 즉시 조사에 착수하는 것은 정말 우리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니 신중하게 해달라”고 했다. 이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을 예로 들면서 “엄청난 의료인이 수사기관에 불려 가서 조사받고 기소도 당했다. 그러니까 월급 올려주고 수당을 줘도 ‘(소아과는) 싫다’는 것”이라고 했다. 2017년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갓난아기 4명이 패혈증으로 사망하자 의료진이 구속됐다가 이후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날 법무부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처벌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의료계의 강력한 요구사항이었다.
윤 대통령은 “의료 남용을 부추기고 시장을 교란하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비급여와 실손보험제도를 확실하게 개혁하겠다”라고도 약속했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지금이 의료 개혁을 추진할 골든타임”이라며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 개혁을 일부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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