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결됐어요?"... 부둥켜안고 환호한 유가족들

조혜지 2024. 2. 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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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처법 유예 가능성에 국회 온 산재 유가족들... 민주, 1시간40분 의총 끝 '생명우선' 결론

[조혜지, 남소연 기자]

▲ 눈물로 호소하는 한빛씨 아버지, 용균씨 어머니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에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붙잡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확대를 2년 유예하자는 개정안 협상에 반대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맨 왼쪽은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
ⓒ 남소연
 
"유가족 그만 만들어야 합니다!"
"목숨을 놓고 거래하지 마십시오!"

1일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위해 속속 국회의사당 예결위원회의장으로 들어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산업재해 유가족들의 울부짖음이 터져나왔다. 

2019년 경동건설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추락사한 고 정순규씨의 아들 정석채씨는 민주당 의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해 "2년동안 또 얼마나 더 많이 죽으란 말입니까"라고 외쳤다. 그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차 있었다. 정씨의 곁에선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다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함께 같은 목소리를 외치고 있었다.

"거부권으로 다 날려도, 민주당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 악법 저지"
 
▲ "중처법 개악 막아달라" 눈물로 호소하는 용균씨 어머니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에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확대를 2년 유예하자는 개정안 협상에 반대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산재 유가족들이 민주당 의총장을 찾은 건 이날 오전 내내 보도되기 시작한 '유예안 통과 임박' 소식 때문이었다. 여야가 중대재해처벌법(아래 중처법) 적용 50인(억) 미만 사업장 확대 규정을 2년 유예하는 협상이 다시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민주당이 협상 조건으로 제시했던 '산업안전보건청(아래 산안청)'을 국민의힘에서 수용하는 또 다른 협상안이 도출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관련 기사 : 산안지원청 제안한 국힘, 중대재해법 유예 협상 재개? https://omn.kr/27acw ).

정석채씨는 기자들에게 규탄에 앞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면담한 사실을 전하면서 "(홍 원내대표에게) 산업안전보건청이 만들어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나. 어제도 부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들을 또 처벌에서 벗어나게 하면 유가족은 또 얼마나 더 생겨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유예할 때까지 더 죽어가도 상관 없다는 거잖아요..." 정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용관씨는 입장하는 의원들의 손을 붙잡고 "노동자의 목숨을 거래하면 안 됩니다" "민주당이 살 길입니다"라고 재차 외쳤다. 그는 홍 원내대표와 면담 당시 "민주당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거부권으로 죄다 날렸다. 하지만 악법을 만드는 건 유일하게 (민주당이) 막을 수 있다. 왜 개악하는 데 민주당이 끌려가느냐"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산재 유가족들의 법률 대리인이자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산업현장에서 죽는 사람은 사장이 아니라 노동자다. 이 법 유예를 연장했을 때 누가 죽는지 생각해달라고 (홍 원내대표에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는 이어 "더이상 사람을 죽이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또 한편에선 노동자를 살리자는 법을 유예하자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비판하면서 "총선에서 표를 계산해 노동자 생명을 거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또한 "일부 언론들을 통해 (중처법에 대한) 공포 분위기를 유령처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잘 알 텐데, 왜 그 분위기에 민주당이 협조하나"라면서 "(홍 원내대표와의 면담 중) 유족들은 눈물까지 보였다. 왜 노동자 목숨을 거래하냐 하실 때는 난처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고 했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망하는 산재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했다. 류 사무총장은 동시에 "(법 적용이) 3년 유예되는 동안 안전 제도를 만들고 미비한 장치를 보완하라고 했다"면서 "그 3년을 무의미하게 방치하고 지금 와서 다시 (유예해야 한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 "중처법 개악 막아달라" 눈물로 호소하는 한빛씨 아버지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에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붙잡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확대를 2년 유예하자는 개정안 협상에 반대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 "법 시행과 산안청 안 맞바꾼다" 결론... 부둥켜 안고 눈물 흘린 유가족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시작해 1시간 40분가량 토론을 이어간 끝에 '유예 불가' 결론을 내렸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노동현장의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지만, 법안 시행을 유예하는 것과 산안청 설립을 맞바꾸지는 않겠다는 게 오늘 결론"이라고 알렸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선 유예 여부를 놓고 15명가량의 의원들이 찬반 토론을 벌였다. 대다수의 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와 만나 "토론이 팽팽했다"면서 "개인 의견으로는 이 법이 무슨 산업 현장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처럼 과대 포장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결됐어요?"

산재 유가족들은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는 의원들로부터 '유예 불가' 소식을 접하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서로 부둥켜 안으며 다독이기도 했다. 윤 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 원내대표가 결단해서 정부 여당, 국민의힘이 제안한 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고, 의원들도 최종적으로 이에 대해 이의가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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