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석 민중당이 대만 좌지우지…국회의장도 野인사 당선시켰다
대만의 집권 여당인 민진당이 1일 의회 개원 첫날부터 여소야대를 실감했다. 이날 치러진 제11기 입법원(의회) 원장(국회의장) 선거에서 국민당 한궈위(韓國瑜) 비례대표 입법위원은 1·2차 투표에서 54표를 얻어 51표에 그친 민진당 유시쿤(游錫堃) 위원을 누르고 의장에 당선됐다. 캐스팅 보트를 쥔 8석 민중당이 2차 투표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국민당을 우회 지원한 결과다.
40.05% 득표로 오는 5월 20일 총통에 취임할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당선인은 의회의 견제를 받는 험난한 4년 임기가 전망된다.
국민당의 승리는 전날 예고됐다.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주석은 지난 31일 황산산(黃珊珊) 비례대표 위원을 입법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1차 투표에서 황 위원이 과반수 득표에 실패할 경우 2차 투표 불참을 예고하며 민진·국민 양당의 지지를 호소했다.
커원저 주석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제3세력인 황산산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국민·민진 양당의 극단적인 대립을 해소할 수 있다”며 “민중당은 ‘작은 남색(국민당 2중대)’도 ‘작은 녹색(민진당 2중대)’도 될 생각이 없다”고 선언했다.
특히 커 주석은 민진당을 향해 “민진당 고위층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지난 1월 13일 치러진 의회선거에서 국민당 52석보다 1석 모자란 51석에 그친 민진당을 향해 민중당과의 연정을 제안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민진당은 민중당의 제안을 일축했다. 커젠밍(柯建銘) 민진당 총간사는 31일 “한궈위는 예전에 홍콩 중련판(中聯辦·중앙연락판공실)에 발을 들인 인물”이라며 “그가 당선된다면 대만 안보에 매우 큰 위험”이라고 우려했다. 커젠밍 총간사는 페이스북에 “가장 중요한 점은 국민·민중당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배후에 보이지 않는 중국의 손이 있다는 점”이라며 중국 개입 가능성까지 우려했지만 “이겨도 지고, 져도 이긴다”며 민중당과 협력을 거부했다.
1일 대만 입법원장에 당선된 한궈위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진당 텃밭이던 가오슝(高雄)에서 한류(韓流)를 일으키며 시장에 당선된 달변의 정치인이다. 2020년 총통 선거에 국민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맞붙었으나 참패했다.
대선 패배 뒤 가오슝 시장에서 탄핵당한 한궈위는 4년 만에 국회의장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이날 국회의장 연임에 도전했던 류시쿤 민진당 비례대표 위원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한편 커원저의 민중당은 국회의장 차지에는 실패했지만 개원 첫날부터 존재감을 과시하며 2026년 지방선거와 2028년 대선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총통 선거에서 대만 MZ 세대의 지지를 기반으로 369만표(26.46%)를 득표한 커원저는 열세인 지방조직 정비를 시작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1일 보도했다. 오는 2026년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를 희망하는 26~28세 청년을 대상으로 “작은 풀 뿌리 심기”를 뜻하는 ‘소초찰근(小草扎根)’ 이장(里長) 훈련캠프를 조직하며 MZ의 정치 세력화를 본격화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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