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 '반전 드라마'는 계속된다…승부차기 선방쇼에 16강 베스트11 선정까지 [아시안컵]
김명석 2024. 2. 1. 17:03
‘빛현우’ 조현우(33·울산 HD)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반전 드라마는 계속된다. 김승규(알샤밥)의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주전 자리를 꿰차더니 지난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선 승부차기 선방쇼를 펼치며 한국의 8강 진출 일등공신이 됐다. 나아가 아시안컵 16강전을 빛낸 최고의 골키퍼로도 선정됐다.
조현우는 1일(한국시간) AFC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발표한 2023 AFC 아시안컵 16강 베스트11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 중에는 유일하다. 조현우가 이번 대회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린 건 처음이다. 앞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두 차례,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이 한 번 각각 선정된 바 있다.
조현우는 지난달 31일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영웅’이 됐다. 경기 중 두 차례 세이브를 기록한 건 물론 특히 승부차기에서 두 차례 연속 상대 킥을 저지하며 8강 진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양 팀 두 명의 키커가 잇따라 성공시키며 2-2로 팽팽히 맞선 상황. 사우디아라비아의 세 번째, 네 번째 킥을 몸을 날려 선방해낸 뒤 포효했다. 조현우의 선방쇼 덕분에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 8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마지막 다섯 번째 키커까지 차지 않고도 조기에 승부차기를 끝낼 수 있었던 것도 조현우의 덕이 컸다.
그야말로 ‘반전 드라마’다. 사실 조현우는 클린스만호 출범 이후 김승규의 백업 골키퍼였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은 A매치 평가전 2연전조차 조현우에게 기회를 거의 주지 않을 정도였다. A매치 2연전에선 보통 주전 골키퍼와 세컨드 골키퍼에게 번갈아 기회를 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조현우는 대표팀 소집 때마다 두 경기 연속 벤치만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아시안컵 전 A매치 11경기 가운데 출전 기회를 받은 건 단 두 경기, 나머지는 모두 김승규가 골문을 지켰을 정도였다.
사실상 대표팀 내부 경쟁조차 사라진 상황이라 이번 대회 주전 골키퍼 자리 역시 김승규가 꿰찼다. 지난 바레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김승규가 골문을 지켰다. 그런데 바레인전 이후 조별리그 2차전을 준비하는 훈련 과정에서 김승규가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 결국 김승규는 그대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요르단과의 2차전은 관중석에서 지켜본 뒤 귀국길에 올랐다. 조현우에게 갑작스럽게 주전 골키퍼 역할이 주어졌다.
갑작스러운 선발 기회 탓인지 초반엔 적잖은 비판도 받았다. 요르단전에서는 2실점, 말레이시아전 3실점 등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5실점을 허용했다. 수비진이 무너진 탓도 컸으나 결국 골키퍼인 조현우도 책임에서 자유롭진 못했다. 결정적인 위기 상황 팀을 구해낼 만한 선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그러나 조현우는 토너먼트 첫 경기였던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그야말로 ‘빛현우’다운 존재감을 보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최종 수비라인이 무너지는 바람에 불가피한 실점을 허용했지만, 연장 포함 120분 혈투 동안 1실점으로 상대 공격을 틀어막았다. 역습 위기 상황에서 상대 슈팅을 쳐내거나, 골문을 비우는 과감한 선택으로 상대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단단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나아가 운명의 승부차기에선 ‘영웅’이 됐다. 첫 두 명의 키커의 슈팅은 막아내지 못했지만,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두 차례 연속 선방을 선보였다. 조현우가 먼저 균형을 깨트리면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후축으로 나선 한국의 기세도 올랐다.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김영권(울산)과 조규성(미트윌란), 그리고 황희찬(울버햄프턴)까지 네 명의 키커가 잇따라 성공했다. 토너먼트 첫 고비였던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부차기 승리, 그 중심에 단연 조현우가 있었다.
외신도 돌아온 ‘빛현우’의 존재감을 조명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월드컵 영웅이 된 지 6년이 지나 조현우가 다시 한번 한국 축구대표팀의 구세주가 됐다”며 “조현우가 놀라운 역전극을 완성시켰다. 덕분에 한국은 1960년 이후 첫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8년 6월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꺾었던 날, 조현우의 기념비적인 활약을 봤던 사람이라면 놀랄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당시 조현우는 월드클래스 수준의 선방을 잇따라 선보이며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당시 조현우는 6개의 선방을 선보이며 독일전 2-0 완승의 중심에 섰고 경기 최우수 선수로도 선정됐다.
ESPN은 이어 “지난 월드컵 때도 조현우를 아는 사람은 많이 았았다. 당시에도 김승규나 김진현에게 밀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의 천재적인 판단으로 주전으로 올라서 독일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쳤다”며 “사실 이번 대회에서도 주전 골키퍼는 아니었지만, 김승규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자 주전 자리를 꿰찼다. 다시 돌아온 그는 한국의 놀라운 역전승을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 직후 조현우는 “승부차기에서 막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분석한 대로 판단해서 세이브가 나왔다.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서로 믿으면서 좋은 결과로 끝까지 함께 하겠다”며 “골키퍼는 경기에 나가면 골을 안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우리가 골을 안 먹히면 득점할 거란 믿음이 있었다. 먼저 실점했지만, 90분 동안 믿음이 있었기에 득점이 나왔다. 믿음이 승리로 돌아온 것 같아 기뻤다”고 했다.
‘사랑꾼’으로도 유명한 조현우는 방송 인터뷰에서도 “경기 나오기 전에 와이프가 오른쪽으로 뛰라고 했다. 우연의 일치로 맞았다. 와이프한테 고맙다. 오른쪽으로 뛰라고 해서 고맙고, 끝까지 최선 다할 테니 응원 많이 해달라”고 말해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실제 조현우는 두 차례 승부차기 선방 모두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선방해 냈다.
조현우를 제외한 한국 선수는 아시안컵 16강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공격진엔 아크람 아피프(카타르)와 우에다 아야세(일본) 야잔 알나이마트(요르단)가 선정됐고, 미드필더 자리엔 마틴 보일(호주)과 구보 다케후사(일본) 수파촉 사라차트(태국) 아지즈베크 투르군보예프(우즈베키스탄)가 이름을 올렸다. 수비수는 마이쿠마 세비야(일본) 해리 수타(호주) 에산 하지사피(이란), 골키퍼는 조현우였다.
국가별로는 바레인을 3-1로 완파한 일본에서 3명으로 가장 많이 나왔다. 한국의 8강 상대이자 인도네시아를 4-0으로 대파했던 호주에서도 미드필더와 수비수 자리에 1명씩 배출했다. 8강에 오른 타지키스탄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고, 반대로 태국의 사라차트는 팀의 16강 탈락에도 불구하고 베스트11에 선정됐다.
한국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이강인이 두 차례 이름을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멀티골을 터뜨렸던 바레인전, 1골·1도움을 기록했던 말레이시아전 활약으로 각각 조별리그 1차전과 3차전 베스트11에 선정됐다. 바레인전에서 한국의 대회 첫 골을 터뜨리며 1골·1도움을 쌓았던 황인범도 조별리그 1차전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한국은 오는 3일 오전 0시 30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대회 8강전을 치른다. FIFA 랭킹은 한국이 23위, 호주는 25위다. 역대 전적은 한국이 8승 11무 9패로 근소하게 열세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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