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기둥 붕괴" 위기의 포항공대…이차전지 주식이 살릴까
학교 운영을 위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위기설이 돌았던 명문 공과대 포스텍(포항공대)에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
학교법인 포항공과대학교는 지난달 30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포스텍 2.0: 제2 건학 추진 계획안’을 의결했다. 올해부터 2033년까지 10년간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정상급 대학들과 경쟁하는 대학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 주된 내용이다. 포스텍은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석학을 유치하고 연구경쟁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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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수도권 집중화 포격 맞은 포스텍
포스텍은 지난해 9월 김성근 총장 취임 이후로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11월에는 정부의 지방대 지원 정책인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최종 선정돼, 5년간 1000억원의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 혜택을 받게 됐다. 포스텍은 당시 교육부 지원 외에도 경북도 1000억원, 학교법인 2000억원 등 총 40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포스텍 2.0: 제2 건학 추진 계획안’은 기존 4000억원 외에 6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통해 1조원 이상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포스텍이 어떻게 갑자기 1조원이 넘는 투자를 할 수 있게 됐을까. 포스텍은 그간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구조와 이미지 추락으로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이사회가 포스텍을 KAIST 등 4대 과기원과 합치는 방안까지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텍 고위 관계자는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최근 수년간 적지 않은 교수들이 학교를 떠나고 본교 학부생들도 모교 대학원 입학을 꺼리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설상가상으로 학교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매년 수백억원 이상 적자가 났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이차전자 주가가 급등하면서 학교가 그간 보유해온 이차전지 관련 포스코 계열사 주식을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계속 나왔다”며 “이번 이사회 의결의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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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포스코 계열사 2대 주주 포스텍
포스텍 홍보실은 “그간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그룹계열의 이차전지 관련 주식인 포스코 퓨처엠과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주가가 올라 이를 부분 매각해 학교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포스코 퓨처엠은 이차전지용 양극재와 음극재 등을 제조, 판매하는 소재 전문회사다.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옛 대우의 무역 부분이 인적분할되면서 생긴 회사로 무역업이 중심 사업이지만, 철강과 이차전지소재 등 자원개발과 인프라 개발·운용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텍은 포스코 퓨처엠과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2대 주주로, 각각 지분 2.8%(217만4587주)와 0.1%(17만757주)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9월 말 기준)
김성근 총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 20년간 더 심화한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지방은 물론 나라의 모든 기둥이 서서히 붕괴하고 있다”며 “지방소재 소규모 대학이라는 것이 포스텍의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강점이 되도록 법인 이사회가 어려운 결정을 했고 정부도 글로컬 사업으로 마중물을 부었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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