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정부 품 벗어난 과기계 출연연…기대·우려 엇갈려

표윤지 2024. 2. 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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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NST 포함 22개 기관 지정 해제
과기계 “인건비, 정원 등 자율성 높아질 기회”
“올해 R&D 예산 삭감, 활동 폭 제한 있을 것”
연총 “과학기술 뒷받침할 법령·지침 마련해야”
정부는 지난 31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산하 22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공공기관에서 제외했다. 사진은 청주 오송읍에 한 연구소. ⓒ뉴시스

정부가 17년 만에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산하 22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공공기관에서 제외한 가운데 과학계에선 기관들의 자율적인 연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과기계 출연연은 2007년 4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그동안 인건비, 채용 방식 등에 규제를 받아 왔다. 과기계는 이러한 규제가 연구기관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지속해서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요구해 왔다.

NST에 따르면 2018년 후 5년간 출연연을 이탈한 연구자는 1066명에 달한다. 인건비 상한제와 61세 정년 등 처우에 불만을 느낀 연구자들이 단기간 내 대규모로 떠난 것이다.

정부는 지난 31일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어 과학기술 출연연을 공공기관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학기술 선점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혁신·도전적 연구가 가능하도록 관리 체계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들을 공공기관에서 해제한 이유를 밝혔다.

과기계 “연구 기관으로서 자율성 높아져” 환영
연총, 연구자 처우·연구과제중심제도(PBS) 개선 등 촉구

과기계는 인재 채용과 예산 운용에 있어 족쇄가 풀리면서 연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더라도 과학기술 연구를 뒷받침할 법령이 없다면 자율성이 크게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공공기관으로 묶이면서 그동안 인건비 총액과 정원 수가 정해져 있어 연구자가 필요한 데 제때 늘리지 못하는 어려움이 따랐다”며 “지정 해제로 인해 연구 기관으로서 자율성이 높아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 같아 환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이 해제되면서 관리주체가 기재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넘어가는 것으로 안다”며 “과학기술에 이해와 관심도가 높은 부처에서 다루게 되니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길 기대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과기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연구개발(R&D) 예산이 줄어 (공공기관에서) 해제한다고 해도 예산 자체에 볼륨이 모자라 우수 과학자 채용 등을 쉽게 할 수 있는 여력은 안 된다”며 “부처마다 다르겠지만, 예산 부족으로 인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폭은 크게 넓어질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향후 지정 해제된 기관들이 예산 부족 현상으로 통·폐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출연연 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연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과기정통부는 출연연이 발전적 혁신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선진화된 연구 지원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할 과학기술 지원 법령과 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연총은 구체적으로 ▲과기정통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출연연이 함께 참여하는 국가과학기술 혁신위원회 구성 ▲출연연 연구자를 대표하는 연총과 정부 소통 강화 ▲연구현장 의견을 반영한 출연연 지침과 제도 마련 ▲연구자 처우 개선 ▲연구과제중심제도(PBS) 개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자율적 연구환경 조성 등을 요구했다.

앞서 2년 전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출연연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고 정부 예산이나 정부로부터 받는 수탁 비용에 영향이 있진 않았다”며 “얼마를 받아오느냐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정원이나 채용 같은 경우 공시해야 할 부분을 조금 완화하는 것 말고는 피부로 와닿는 게 크지 않다”며 “해제뿐만 아니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어떤 규제를 풀어주고, 어떤 혜택과 자율성을 줄지는 앞으로 기재부에서 나올 가이드라인을 봐야 알 것 같다”며 “지정 해제 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시행 전까지 기재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서 앞으로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 등에 통합 공시하는 행정 업무가 줄어들어 연구에 더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다음 달 14일 출연연 혁신방안 발표회를 열고 공공기관 지정 해제 후 운영 방향과 제도개선 사항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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