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 타이거즈 새 감독의 조건, 누가 되든 부담
[이준목 기자]
김종국 전 감독의 경질로 공석이 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차기 감독은 누가 맡게될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IA 선수단은 감독이 없는 가운데 일단 2024시즌을 대비하여 호주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일단 진갑용 수석코치를 비롯하여 기존 코치진이 스프링캠프를 이끈다. 구단은 김종국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올리고 최대한 빠른 시기에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약속했다.
감독이 바뀌어도 야구는 계속되어야 하지만 하필 시기와 상황이 모두 미묘하다. 정상적인 감독교체가 아니라 너무나 갑작스럽게, 그것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전임자가 물러난 상황이다.
구단으로서도 당장 시즌이 코앞인 데다 내부 사정과 바깥의 여론까지 모두 고려해야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새 감독을 찾는데 고민일 수밖에 없다. 또한 새로운 감독이 선임된다고 해도 후속 조치로 이어져야 할 코칭스태프 인선이나 개편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단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인사'를 새 감독으로 선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진다. 선수단의 혼란도 최소화하고 팀의 추구해온 철학과 방향성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코치진에서 감독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진갑용 코치의 내부 승격을 가장 먼저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손승락 2군 감독이나 KIA에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보낸 이범호 현 타격코치-서재응 전 투수코치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될 만하다.
진갑용 코치는 현역 은퇴 이후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의 전력분석원과 코치를 역임했으며 2020년부터 KIA에서 배터리코치와 수석코치로 활약했다.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충분히 1군 감독을 맡아도 손색이 없다. KIA에서 코치로서 보여준 능력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섣불리 정식 감독을 맡기기 부담스럽다면 일단 올시즌까지 진 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KIA 구단은 정규시즌까지 대행 체제로 끌고가지는 않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올시즌 KIA는 5강 이상의 전력을 넘어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될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팀 장악력이 떨어지는 감독대행 체제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 코치의 약점은 아직 감독으로서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과 KIA와의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김종국 전 감독이 구단 내부 비리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물러난만큼, '김종국 사단'의 수석코치였던 진 코치 역시 새로운 감독이 선임되면 선수단 쇄신 차원에서라도 자연스럽게 팀을 나가는 게 모양새에 맞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예 심재학 KIA 단장이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심재학 단장은 현역 시절 말년에 KIA에서 선수생활을 보냈고, 은퇴 후에 히어로즈와 국가대표팀에서 오랫동안 코치를 역임했기에 지도자 경험도 있다(심 단장은 2023년부터 KIA 단장을 맡아왔다).
실제로도 염경엽-박종훈 LG 감독처럼 단장과 감독을 모두 맡아본 인물들도 있기에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하지만 현실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진갑용 코치와 마찬가지로 감독 경력은 전혀 없는 데다 지도자로서도 현장 공백기가 꽤 길었다. KIA 단장으로서 보여준 성과에 대한 물음표와 개인적 구설수 등으로 인하여 KIA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엇갈린다.
만일 내부 인사가 아니라 외부에서 감독을 찾는다면, 현재 맡은 팀이 없는 '야인' 중에서 인물을 찾아야 할 전망이다. 그동안 프로야구에서는 다른 팀에서 코치나 프런트로 활동중이던 현직 야구인을 감독으로 영입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각 구단의 운영 체제와 계약이 대부분 완료된 시점이라 갑작스럽게 타 구단 인사를 빼오는 일은 도의적으로 어렵다. 겨울 스토브리그 시기에 비하여 후보군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감독 경력이 있고 현재 맡은 팀이 없는 인물 중에서는 김원형 전 SSG 랜더스 감독, 이동욱 전 NC 감독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미 KIA 감독을 맡아본 경험이 있는 인물로는 선동열, 김기태 전 감독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은 현재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지만 당분간 지휘할 국제 대회가 없다. 2024 프리미어12가 있지만 아직 류 감독이 이 대회를 지휘할지도 확정되지 않았기에 프로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들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비록 저마다 공과가 뚜렷하고 참신하 지못한 인사라는 약점도 있지만, 현재 KIA가 '윈나우'를 추구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검증된 감독이라는 메리트는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 '타이거즈 순혈주의'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이종범 전 LG 코치 역시 차기 감독 후보로 떠오를 만하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 코치는 현역 시절 역대 최고의 선수중 한명으로 꼽히는 타이거즈의 전설이었다.
은퇴 후에는 한화-주니치-LG-국가대표팀 등에서 오랫동안 코치를 역임하는 등 지도자서의 경험도 풍부하다. 지난 시즌에는 LG의 29년 만의 우승에 기여한 후 구단을 떠난 상태라 현재 자유의 몸이다. 이종범은 지난해 11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감독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종범은 먼저 KIA 지휘봉을 잡았던 김성한-선동열-김종국 전 감독등과 함께 타이거즈 성골 출신 지도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김종국 전 감독이 불미스럽게 물러나며 오점을 남긴 만큼, 이종범이 구원투수로 등장한다면 타이거즈 팬들의 여론을 뒤짚을 만큼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타이거즈 순혈주의 출신 지도자중 성공사례는 거의 전무하다는 게 약점이다. 타이거즈 성골 출신 사령탑 중에 우승까지 차지하며 성공가도를 이어간 것은 이강철 현 KT 위즈 감독 정도가 사실상 유일하다. 이종범이 선수시절의 압도적인 명성과 오랜 지도자 경력에도 이례적으로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감독 경험이 없다는 것은 야구계 현장의 평가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누가 새로운 감독이 되든 KIA의 사령탑은 단기간에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일신하고 가을야구 진출 이상의 성적, 팬들-언론과의 소통에서도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전대미문의 사태에 놓인 KIA 구단이 과연 '장고 끝에 묘수'를 골라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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