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美웨스팅하우스 탈락…체코 원전, 한수원·프랑스 2파전
체코 정부의 신규 원전 사업 입찰과 관련, 한국수력원자력과 경쟁한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해 한국과 프랑스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AP·AFP 통신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이날 신규 원전 사업과 관련해 원자로를 기존 계획인 1기에서 4기로 늘려 한수원과 프랑스 전력공사(EDF)에 입찰을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입찰에 한수원과 EDF 미국의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참여해 3파전을 벌였으나 이 중 웨스팅하우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다고 체코 정부가 밝혔다.
AFP는 ‘체코가 원자로 입찰에서 웨스팅하우스에 모욕을 안겼다’는 제하 기사에서 체코 정부가 신규 원전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입찰을 원하고 있으나, 웨스팅하우스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웨스팅하우스가) 제출한 입찰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한수원 및 EDF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22년 웨스팅하우스는 경쟁사인 한수원의 독자 원전 수출을 막기 위해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폴란드와 체코 등에 수출하려고 하는 한국형 원전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른 수출통제 대상인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 허가 없이는 수출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민간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이를 각하했다.
그러자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은 수출통제 집행 권한이 미국 정부에 있다고 판결한 것에 불과하다”며 각하 판결에 대한 항소장을 작년 10월에 제출했다.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1200MW(메가와트) 이하급 가압 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할 예정이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이날 “(입찰을) 바탕으로 공급 업체를 선정하고 더 많은 원자로를 건설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알라 총리는 “정부가 입찰을 발표한 이후 에너지 시장의 상황이 바뀌었다”며 “신규 원자로 1기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체코 정부는 원자로를 4기로 늘려 건설할 경우 원자로당 단가를 4분의 1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체코 정부는 한수원과 프랑스 EDF에 4월 15일까지 입찰 수정본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2022년 11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최초 입찰서를 제출했고 작년 10월에는 최종 입찰서를 냈다.
오는 5월 말까지는 입찰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6월에는 원전 건설 업체를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체코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다만 추가 건설되는 원자로 3기에 관해서는 결정이 그 이후 내려질 수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새로 건설되는 원전은 203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체코는 석탄 화력 발전소를 폐쇄하고 노후한 발전소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늘어나는 전력 소비를 감당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원자로를 당초 계획인 1기에서 4기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데에는 이처럼 탈(脫) 화석연료를 가속한다는 배경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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