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버섯커 키우기, ‘방치형 게임인데 왜 방치를 못하니’
최근 혜성처럼 등장한 게임 하나가 엄청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익성이 좋은 MMORPG가 아닌 방치형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양대 마켓 매출 1위 자리에 오른 것. 심지어 지금도 구글플레이 기준 매출 2위라는 여전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 주인공이 무어냐 하면, 바로 조이 나이스 게임즈의 ‘버섯커 키우기’다. 화려한 그래픽을 가진 것도 아니고, 유명 IP를 기반으로 한 것도 아닌데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이었을까? 평소에 방치형 게임을 좋아하고 즐기는 만큼 큰 기대감을 안고 플레이해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버섯커 키우기’는 방치를 못 하는 방치형 게임이었다. 할 일이 너무 많다. 누군가는 “콘텐츠가 많다는 뜻이니 좋은 거 아닌가요?” 하고 반문할 수는 있겠으나, 방치형 게임의 주 타겟층이 되는 바쁜 학생, 직장인, 라이트 이용자가 플레이하기엔 부담스러운 숙제들이 존재한다는 감상이었다.
먼저, 이 게임의 핵심 시스템이자 차별점은 단연코 ‘램프’다. 이용자는 화면 중앙 하단에 있는 램프 버튼을 클릭하면 장비를 얻을 수 있고, 이전에 착용하고 있던 아이템이나 필요 없는 장비는 팔아서 경험치와 골드(인 게임 재화)를 받아갈 수 있다. 게임에서는 보스 몬스터나 일반 몬스터를 잡아도 경험치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램프’는 ‘필수’다.
사실 여기까지는 문제없다. 오히려 ‘득템’의 즐거움을 잘 자극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강한 몬스터를 잡는 것도 아니고, 고작 터치 한 번에 높은 등급의 아이템도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좋은데?’ 하고 긍정적인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날 정도였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플레이를 하면서 드러났다. 캐릭터 레벨이 일정 이상을 넘기기 전까지는 스스로 모든 것을 터치하고 판매해야 하다 보니, 직접 조작하지 않으면 공격력이 올라가지 않았다. 방치형 게임인데 손을 놓지 못하고 꾸준히 신경을 써야 해 ‘득템’의 즐거움은 점차 사라지고 빨리 램프를 소비해서 넘겨야겠다는 압박감만 남게 되는 경험이었다.
캐릭터 레벨 16을 넘겨 램프의 ‘자동 점등’을 열어도 이 문제는 여전했다. ‘자동 점등’이란 설정한 등급이나 조건에 맞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자동으로 ‘클릭’ 해 주는 시스템이다.
자동 판매나 아이템 교체까지는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설정한 등급의 장비를 얻어도 이용자가 직접 교체나 판매를 하지 않으면 ‘자동 구동’은 멈춘다. 이 때문에 주기적으로 화면을 확인해서 새로 얻은 장비가 있는지 확인해야만 했다.
화면을 자주 확인할 시간이 없어 설정 장비 등급을 높게 잡으면 공격력이 잘 오르지 않아 스테이지를 밀기 힘들었고, 설정 장비 등급을 낮게 잡으면 방치를 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심지어 숙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램프’가 바닥나면 성장이 멈추는 구조기 때문에 ‘램프’를 비롯한 각종 성장 재화를 얻을 수 있는 각종 ‘던전’을 꾸준히 돌아줘야 했고, 스킬과 동료 등으로 스펙을 올릴 수 있는 ‘뽑기’, PVP인 ‘아레나’, 능력치 연구(강화) 및 추가에 필요한 재화를 수급하는 ‘광산’, ‘버섯 농장’ 등 강해지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참 많다.
물론 느긋한 페이스로 느리게 성장하겠다고 한다면 악랄한 숙제 콘텐츠도 ‘선택’의 영역으로 갈 수 있겠으나, ‘버섯커 키우기’는 ‘불쾌한 패배 경험’을 바탕으로 이용자를 자극해 빡빡한 성장의 길로 유도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버섯농장’과 ‘용병’ 콘텐츠다.
‘버섯 농장’의 경우 작물을 심고, 수확한 작물을 ‘버섯 조각상’에 바쳐 각종 추가 옵션(방어력, 치명타, 공격력 등)을 받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언뜻 보면 평범하지만, 회사는 여기에 ‘서리’라는 시스템까지 추가했다. 말 그대로 누군가 내가 재배하는 작물을 훔쳐가거나, 내가 남이 재배하던 작물을 가져가는 콘텐츠다.
‘서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게임에 상주하면서 특정 시간 안에 농장에 들어온 서리범을 퇴치해야 한다. 퇴치 타이밍을 놓치면 그대로 서리범에게 작물을 뺏긴다. 방치형 게임인데 방치를 하면 자원을 뺏기는 셈.
공성과 수성, 경쟁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었던 마음은 알겠으나, 자주 접속하지 못하거나 경쟁 콘텐츠를 좋아하지 않는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되는 시스템이 아닐까 싶다.
또, ‘용병’ 시스템의 경우 쥐도 새도 모르게 내가 누군가의 ‘용병(부하)’가 되어 타인에게 자원을 제공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이 내게 일방적으로 대결을 걸어 이긴 상태기 때문에 ‘서리’처럼 사전에 방어하는 것도 힘들다. ‘용병’이 되면 큰 페널티는 없으나 썩 긍정적인 기분은 아니다.
누군가의 밑에 있기 싫다면 다시 ‘고용주(나를 용병으로 만든 상대)’와 직접 싸워 이기거나, 다른 이용자가 풀어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다른 이용자에게 월드 채팅으로 풀어달라고 부탁하면, 금방 ‘용병’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기분 나쁘면 강해져라’라는 회사의 메시지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이외에도 각종 튕김 및 피드백 딜레이 문제, ‘일괄 수령’을 비롯한 일부 편의성 시스템의 부재 등 인기 게임과 매출 순위 상위권에 위치하는 게임이라기에는 상당히 의문점이 드는 요소가 많다는 감상이 들었다.
요약하자면, 이 게임은 경쟁을 좋아하거나 빡빡한 성장 요소를 좋아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적합할 수 있으나, 여유롭게 게임을 즐기고 싶어 ‘방치형’ 요소를 보고 온 이용자들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각종 콘텐츠의 경쟁 요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성장 부담을 완화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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