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24] 장르 다변화와 글로벌. 달라져야 하는 카카오게임즈
지난해 ‘에버소울’을 시작으로, ‘아키에이지 워’,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등의 신작을 선보인 카카오게임즈는 나름 준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2년 연속 1조 원 매출을 달성하면서 퍼블리셔로 한단계 도약하는 모습을 보였던 카카오게임즈는 2023년에도 1분기 2492억 원, 2분기 2711억 원, 3분기 264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아직 4분기는 실적 발표가 안됐지만, 증권가 추정 2492억 원의 매출로 3년 연속 1조 원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21년 1119억 원, 2022년 1758억 원까지 올라갔던 영업이익이 1분기 113억 원, 2분기 265억 원, 3분기 226억 원, 4분기 149억 원(증권가 추정), 총 예상 770억 원을 기록하면서 작년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 다소 아쉽기는 하나, 작년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경기 침체로 고전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타 게임사 대비 많은 신작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에버소울’이 년초에 매출 상위권에 올랐고, 하반기에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 ‘아키에이지 워’,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까지 3개의 게임이 장기간 10위권 안에 유지하는 등 준수한 성적을 거둔 덕분이다. 코로나 시절 대규모 연봉 인상을 진행했던 다른 게임사들과 달리 연봉 인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덜한 편이다.
다만, 현재 주가를 보면 이 같은 성과가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성공시킨 2021년은 다른 게임사들도 코로나 특수로 폭등하던 시기였으니 논외로 한다고 하더라도, 작년 초 ‘아키에이지 워’ 출시 전과 비교해도 절반 이하이고, 공모가 유지도 간당간당한 상황이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필두로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대형 MMORPG 3종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답지 않은 주가다.
이렇게 주가가 폭락한 것은 연초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때문이다. 원래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실적을 유지한 상태에서, ‘아키에이지 워’와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의 실적이 추가되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상승하는 그림을 그렸지만, 결과를 보면 예상과 많이 달랐다.
같은 MMORPG 장르라도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카니발리제이션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두 게임의 매출이 더해진 상태에서도 계속 분기 매출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으니 말이다. 카카오VX 등 비게임 사업부분도 코로나 시절 대비 큰 폭의 실적 하락을 기록하면서 전체적인 실적 악화를 가져왔으며, 블록체인 사업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또한,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상장이 잠시 연기됐을뿐 여전히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가치 더블 카운팅 우려가 여전하며, 한창 잘 나갈 때 팔었던 5000억 원 규모의 CB(전환사채) 만기가 오는 3월로 다가왔다. 당시 판매 금액 대비 주가가 절반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현재 주가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면 바로 부채가 된다. 타 게임사의 실적과 비교하면 비교적 선방했다고 볼 수 있으나, 투자자들은 불확실한 요소를 더 크게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력 라인업이 해외에서는 잘 안먹히는 MMORPG에 치중되어 있다보니, 해외 실적도 상당히 부진한 편이다. ‘검은사막’ 북미/유럽 계약이 종료되기 전만 하더라도 전체 매출의 40%에 육박했던 해외 매출이 지난해 3분기 기준 16%로 쪼그라들었다. 3N 등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은 수치다. 당시보다 국내 매출이 많이 오른 영향도 있긴 하지만, ‘검은사막’ 이탈과 대비책으로 준비했던 ‘엘리온’까지 실패한 이후에는 존재감이 없어지고 있는 카카오게임즈 유럽 법인의 부활이 절실하다.
현재 카카오게임즈의 라인업을 보면 ‘오딘 발할라 라이징’, ‘아키에이지 워’,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달빛조각사’, 그리고 자회사 엑스엘게임즈가 직접 서비스하는 ‘달빛조각사 다크게이머’까지 MMORPG만 5종에 달하며, 오는 2월말 출시를 앞두고 있는 레드랩게임즈의 ‘롬’ 역시 같은 스타일의 MMORPG다.
대부분 국내 매출 위주이다보니, 한정된 시장을 나눠먹기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 장르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감도 심해지고 있어, 라인업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작년에 넥슨, 네오위즈 등이 글로벌 시장을 노린 콘솔 게임을 선보여 호평받은 것과 정반대되는 움직임이다. 회사의 기둥이 될만한 MMORPG를 가지는 것이 간절했던 그 당시에는 맞는 선택이었겠지만, 이제는 게임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으니 그에 맞춰 달라질 필요가 있다.
다행인 것은 준비하던 게임 중에 먼저 출시된 것들이 MMORPG였을 뿐, 장르 다변화를 아예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수동 전투와 픽셀 아트로 무장한 로드컴플릿의 기대작 ‘가디스오더’가 올해 출격할 예정이며,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역시 로그라이크 요소를 가미한 캐주얼RPG ‘프로젝트V’를 비롯해 ‘오딘 발할라 라이징’ 세계관을 이어가는 수집형RPG ‘프로젝트C’, 루트슈터 장르 ‘프로젝트S’, 쿼터뷰 시점의 오픈월드 MMORPG ‘프로젝트Q’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준비 중이다.
또한, 엑스엘게임즈가 사활을 걸고 준비 중인 콘솔 시장 도전작 ‘아키에이지2가 있으며, 국내외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웹소설 ‘검술명가 막내아들’을 기반으로 한 동명의 액션RPG도 기대해볼만 하다. 그라인딩기어게임즈의 ‘패스오브엑자일2’도 가장 무서운 상대였던 디아블로4가 자멸했기 때문에 게임만 잘 나온다면 엄청난 반사이익을 얻을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으며,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는 지난해 말 다시 매출 3위까지 오르면서 업데이트만 잘 되면 다시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저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글로벌은 예상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기는 하나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북미, 유럽 진출을 준비 중이며, ‘아키에이지 워’의 중화권 진출, ‘에버소울’의 일본 진출 등도 준비 중이다. 이번에 출시되는 ‘ROM’은 아예 글로벌 동시 런칭을 준비 중인 만큼, MMORPG에 강세를 보이는 중화권에서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또한, 미래를 보고 투자해둔 프로스트 자이언트의 ‘스톰게이트’, 그리고 플레이어블 월즈의 메타버스 플랫폼 역시 결과물이 잘 나와준다면 카카오게임즈의 글로벌 전략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오딘 발할라 라이징’ 개발을 시작하던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에 초기 투자를 한 것은 매출 1조원 규모로 회사로 도약하게 만들어준 신의 한수가 됐다. 다만, 이후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4조 가치를 인정한 것이 현재 카카오게임즈의 불확실 요소가 되고 있다. 이미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그 때 4조 가치를 인정한 것이 잘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결과로 보여주야 할 상황이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중심으로 한 주력 게임들의 매출이 하락하지 않도록 잘 버티고, 몇 년째 외치고 있는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 올해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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