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차관 "IRA 우려 충분히 이해...韓 기업, 많은 혜택 받아"

정영교 2024. 2. 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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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진행된 언론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주한미국대사관 제공

제8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참석을 위해 방한한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담당 차관은 1일 공급망 현실을 고려해 합리적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이행규정이 마련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한국의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명확한 우려를 확실하게 알고 있다"며 "국무부는 물론 재무부·상무부 동료들에게도 이런 우려가 명확하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IRA는 미국에서 생산되고 '중국산 배제' 등의 배터리 부품·소재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에 한해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핵심 광물 일부를 중국에서 조달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미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미·중 경쟁에 대해선 "리스크는 줄이겠지만 디커플링(탈동조화)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중국 정부에 시장 접근성이나 지적재산권(IP) 탈취, 인권탄압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한·미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최상의 관계"라며 "경제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이슈, 기후 변화 같은 이슈에서도 강력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가진 일부 매체와의 기자 간담회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 광물에서도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변화·다양화라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라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의 교훈이 한 가지 있다면 주요 원자재를 하나나 두 개의 국가에 의존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IRA와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역시 공급망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란 설명이다.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진행된 언론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주한미국대사관 제공

그는 핵심 광물의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한·미 등 13개 국가와 유럽연합(EU)이 참여하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제시했다. 핵심 광물에 대한 정보 공유,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나 금융 조달, 광물의 재활용 분야에서의 협력 등을 통해 MSP가 이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지난해) 이런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설명한 지 5분도 걸리지 않아 한국의 카운터파트는 확실하게 이해했다"며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함께 이끌어 나가고 있고 한국보다 더 좋은 파트너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 투자한 일부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보조금 지급이나 세액 공제가 지연으로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납세자들의 돈이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룰 수밖에 없지만, 검토를 끝낸 후에는 최대한 빠르게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한국 기업이 IRA의 혜택을 효과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근거로 미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2위)의 활약과 한·미 양국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는 상황 등을 꼽았다. IRA와 반도체 지원법을 비롯한 바이든 정부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한국에도 실질적인 이익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강인선 외교부 2차관과 호세 페르난데스 미 국무부 경제차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제8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번 SED에서는 공급망 등 경제안보 의제, 개발·인프라·기후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협력방안이 논의됐다. 연합뉴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일부 대선 주자들이 IRA 개정이나 폐기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IRA의 미래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앞으로도 IRA에 대해 초당적인 지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IRA 발효 이후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1500억 달러(199조 8000억원) 규모의 투자 발표가 있었고 15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을 비롯한 외부의 대규모 투자로 인해 미국 내 실업률이 떨어지고 인플레이션 추정치보다 임금 상승도 더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IRA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를 위해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정식으로 발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로 언급할 게 없다"며 "어제 있었던 SED에서도 이 문제는 공식 의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는 전날 열린 8차 SED 회의 직후 "플랫폼법은 이번 한·미 SED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이슈를 다뤄왔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나갈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검토한 이후 지속적인 협력과 논의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부회장 명의의 성명에서 한국 정부가 법안 전체 조문을 공개하고 미국 재계와 미국 정부 등 이해관계자와 논의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플랫폼 업계에선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의 애플과 구글 아마존, 메타와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등이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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