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음모론에 빠졌던 미국 30대, 공무원 부친 살해…범행동기 수사

20년 넘게 일한 공무원 부친에 "조국 배신"
유튜브 통해 부친 살해 사실 알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을 구할 구세주로 받아들이는 극우 음모론 단체 큐어넌(QAnon)에 심취한 것으로 보이는 30대 미국 남성이 공무원인 부친을 살해했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펜실베이니아주(州) 미들타운 타운십 경찰서가 전날 밤 올해 33세인 저스틴 먼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먼은 필라델피아 인근 자택에서 부친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먼은 유튜브에 20년 넘게 연방 정부에서 일한 부친을 두고 '조국을 배신한 사람'이라고 규정한 뒤, 자신이 부친을 살해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특히 그는 영상에서 절단된 부친의 시신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 문제의 영상은 삭제됐고, 먼의 채널도 폐쇄됐다.

저스틴 먼.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이민자, 성소수자, 유색인종에 대한 적대감을 표시하며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 연방법원 판사 등에 대한 공개 처형을 주장하기도 했다. 모친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먼을 추적한 끝에 자택에서 180k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체포했다.

먼이 부친을 살해한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먼과 큐어넌과의 연관 관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에서 먼이 낭독한 성명서가 큐어넌의 음모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큐어넌은 미국 민주당의 최고위 인사들과 정부 내부의 기득권 세력의 이익공동체인 '딥 스테이트'가 정부를 통제하고 있다는 익명의 누리꾼 '큐'(Q)의 음모론으로부터 시작됐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출마한 것은 악마를 숭배하는 딥스테이트로부터 미국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결론 탓에 유사 종교적인 성격도 띠고 있다.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패배 후 수면 밑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