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1억원' 써낸 제4이통사, 메기 될까
[한국경제TV 박해린 기자]
<앵커> 정부가 통신사들의 과점 구조를 깨겠다며 추진해오던 제4이통사가 드디어 탄생했습니다.
박해린 산업부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주파수 경매가 굉장히 치열했다고요.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한 스테이지엑스, 어떤 곳입니까?
<기자> 네, 주파수 경매에서 스테이지엑스가 2파전을 벌이던 마이모바일을 꺾고, 28㎓ 주파수를 4301억 원에 최종 낙찰받았습니다.
스테이지엑스, 생소한 분들 많으실 겁니다.
스테이지엑스는 알뜰폰 사업자인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으로 신한투자증권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축인 스테이지파이브는 알뜰폰 브랜드 '핀다이렉트'를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연간 매출은 약 270억 원 수준, 임직원은 80여명입니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스테이지파이브는 카카오 계열사였습니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스테이지파이브의 지분 40%를 가진 최대 주주였다가,
지난해말 지분 약 8%만 남기고 매각해 카카오로부터 계열 분리됐습니다.
카카오 계열사라는 꼬리표는 뗐지만 여전히 카카오의 지분 8%가량은 남아있는 상태고요.
코스닥상장사인 인텔리안테크도 스테이지엑스의 지분 5.2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앵커> 얼마전까지만 해도 카카오 계열사였군요.
그런데 박 기자, 4301억 원이라면 상당히 비싼 것 아닙니까?
스테이지엑스가 그만한 자금을 감당할 여력이 있습니까?
<기자> 사실 4301억 원이란 금액, 주파수를 받는 데에만 들이기에는 굉장히 큰 금액입니다.
과거에 통신3사가 해당 주파수를 받을 때 2070억~2080억 원수준에서 받았는데 이보다 두배 넘는 금액에 가져 가게 된 거죠.
애초에 정부가 제4이통사 문턱을 낮추겠다고 통신3사가 가져갔던 비용의 1/3수준으로 최저가격을 낮춰서 출발했는데,
경쟁이 심화되다보니까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겁니다.
그래서 시장에선 '승자의 저주' 우려가 팽배합니다.
스테이지엑스는 재무적 투자자인 신한투자증권을 중심으로 8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장 주파수 할당일 이전에 할당 대가의 10%를 내야하고, 이외에도 3년간 설치해야 할 무선 기지국 6천대 구축 비용과 로밍 비용, 단말기 수급비 등
조 단위의 초기 사업비를 감당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학계에선 주파수 가격, 약 1천억 원 정도가 적정했다고 봤는데 과도하게 치솟자 통신망 투자 자금이나 단말기 수급 등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더군다나 28㎓ 주파수는 통신3사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포기한 주파수거든요.
초고속 5G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장애물을 피해 멀리까지 도달하는 회절성이 약해 기지국을 많이 세워야 하기 때문이죠.
당장 6천대의 기지국을 구축하는 것도 자금 압박이 있겠지만 6천대를 다 구축하더라도 수익성이 있는 사업모델이 나오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기존 통신사들의 반응입니다.
아울러 알뜰폰 사업자와 기존 통신사들의 사업구조는 명확히 다르기 때문에 제4통신사로서 사업을 영위하기엔 결코 쉽지는 않을 거란 시각인데,
한편으론 누구보다 호기심 있게 스테이지엑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기존 통신사들입니다.
<앵커> 시장의 우려가 팽배하군요.
스테이지엑스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기자> 빠르고 지연없는 '진짜' 5G를 구현한다는 계획입니다.
당장은 B2B 사업에 무게를 둘 예정입니다.
연세의료원 등과 디지털 기반 스마트병원 사업을 추진하고,
국내 주요 경기장과 공연장등에 28㎓ 주파수를 활용해 실감형 K-콘텐츠를 서비스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국내 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가계 통신비를 절감하기 위해 혁신적인 요금제를 설계하고,
폭스콘 계열사와 28㎓ 전용 단말기의 국내 출시를, 통신장비 업체 인텔리안테크와는 위성통신 기술과 관련한 협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앵커> 정부의 바람대로 시장의 과점 구조를 깰 '메기'가 된다면 기존 통신사에게도 영향이 클 수밖에 없을 텐데요.
기존 통신사들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분석됩니까?
<기자> 당장은 기존 통신사들에게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입니다.
일단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를 낙찰받은 것이지 제4이통사로 사업자 등록까지 마친 건 아닙니다.
합작법인 설립 후 사업자 등록도 해야하고, 정비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개시하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초반엔 알뜰폰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B2B 사업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기존 통신사들과 직접적인 마찰은 피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본격적으로 사업이 가능할 때, 스테이지엑스의 공언대로 혁신적인 서비스들을 내놓는다면 상황은 바뀔 겁니다. 시장의 메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시죠.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박해린 기자 hlpark@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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