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명? 오라고 해. 그냥 부수자고” 황금세대 이끄는 손흥민 리더십 [아시안컵]
“4만 명, 5만 명? 오라고 해. 우리가 유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운동장 안이니까. 그냥 부수자고.”
‘주장’ 손흥민(33)의 거친 연설이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황금세대’의 최전방에 선 그의 리더십에, 팬들이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한국 국가대표팀 소식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인사이드 캠은 지난달 31일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당시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한국은 99분까지 0-1로 뒤지다, 조규성(미트윌란)의 극적인 동점 헤더 골에 힘입어 연장전으로 향했다. 이후 120분 혈투를 마친 뒤, 승부차기 끝에 승전고를 울리며 8강으로 향했다. 조현우가 두 차례나 선방했고, 황희찬이 쐐기를 박았다.
승리 뒤 선수단은 경기장을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특히 조별리그에서 부진을 겪었던 조규성은 인사이드 캠을 통해 “죄송합니다. 더 분발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맹활약을 펼친 조현우, 황희찬이 큰 기쁨을 드러내는 장면이 담기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눈길을 끈 건 손흥민의 연설 장면이다. 경기 전 손흥민은 라커룸에서 선수단을 향해 “쟤네(원정) 4만 명, 5만 명? 오라고 해. 우리가 유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운동장 안이니까. 가서 그냥 부수자고”라고 결연한 의지를 담아 말했다. 해당 장면을 접한 팬들은 손흥민의 연설에 큰 호응을 드러냈다.
선수단을 자극하는 손흥민의 연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중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도 비슷한 메시지를 남겼다. 당시 손흥민은 “어떻게 보면 (중국전은) 올해 마지막 경기이자, 또 아시안컵이라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를 앞둔 경기. 좋은 분위기로 우리가 소집 해제가 돼야 아시안컵 때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할 수 있도록 하자”면서 “ 관중도 꽉 찬다는데,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하고자 하는지, 플레이를 잘 보여줘서 아예 숨도 못 쉬게 만들어 주자”라는 각오를 드러냈다.
손흥민은 경기장 안에서도 주장임을 입증했다. 중국전에선 2골 1도움을 몰아치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중국 관중을 침묵시키는 ‘쉿’ 세리머니를 펼쳐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사우디전에서도 선봉장은 손흥민이었다. 최전방으로 선발 출격한 그는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팀에 힘을 보탰다. 승부차기에서도 당당히 1번 키커로 등장,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왼쪽 구석을 갈랐다.
13년 전 아시안컵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손흥민이, 이제는 한국의 선봉을 맡아 대회 정상을 정조준한다.
한국의 다음 상대는 바로 9년 전 아시안컵 결승에서 마주했던 호주다. 당시 두 팀은 연장 접전을 벌였고, 호주가 2-1로 이기며 정상을 차지했다. 손흥민은 정규시간 종료 직전 동점 골을 터뜨렸지만, 패배 뒤 끝내 울음을 찾지 못했다. 9년 만에 리벤지 매치가 이뤄진 셈이다. ‘주장’ 손흥민의 발끝에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한국과 호주는 오는 3일 오전 12시 30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격돌한다.
김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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