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아동 성착취 방조"…청문회 나온 저커버그 "죄송합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를 비롯해 스냅챗, 틱톡, 엑스, 디스코드 등 굴지의 소셜 미디어(SNS) 기업 최고경영자 5명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 불려나왔다. SNS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착취를 방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미 상원 법사위원회가 개최한 ‘빅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착취 위기’를 주제로 한 청문회 방청석에는 SNS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족들로 가득 찼다. 청문회는 SNS에서 어린이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 성폭행범에게 돈을 뜯기고 목숨을 끊은 아이 부모의 인터뷰로 시작됐다. 동영상이 나가는 동안 피해자 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첫 질문자로 나선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CEO들에게 “당신들은 사람을 죽이는 제품을 만들고 있고, 손에 피를 묻히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주요 타깃은 20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였다.
미국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SNS 아동 성학대물 신고는 3600만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10만건에 달한다. 이 중 페이스북에서만 2000만건이 넘는 성(性) 학대물이 신고됐다.
공화당 조쉬 하울리 의원은 저커버그에게 “당신의 임무는 회사가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당신의 제품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나”고 물었다. 그러자 저커버그는 피해 가족들을 향해 “여러분이 겪은 일에 대해 죄송하다”며 “그 누구도 여러분이 겪은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그러나 “피해자 가족에게 보상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보안을 위해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수만 명을 고용했다”며 메타 등이 취한 조치를 설명했다.
스냅의 에반 스피겔도 스냅챗에서 구매한 마약을 사용하다 사망한 어린이의 유가족에게 “비극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그 역시도 사과 이후엔 자사의 아동 보호 정책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이들의 해명이 이어지는 동안 피해자 가족들은 SNS에서 벌어진 괴롭힘과 그로 인한 자살, 마약 유통, ‘블랙아웃 챌린지’ 등으로 인한 사망 등을 다룬 피켓을 들어 항의를 표했다. 스냅챗에서 구입한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브리짓 노링의 부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스피겔의 사과는 가짜”라며 “그들에게 아이들은 돈을 벌기 위한 게임의 희생양이나 체스의 졸(卒)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비판도 이어졌다. 특히 야당인 공화당의 비판이 거셌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의원은 “음란 콘텐트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데 인스타그램이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비난했고, 같은 당 존 케네디 의원은 “메타는 이용자들이 이슈의 한쪽 면만 보게 되고 플랫폼이 진실을 가리는 킬링 필드(killing field)”라고 주장했다. 마샤 블랙번 의원은 ‘10대 이용자의 평생 경제적 가치를 270달러로 추정한다’는 메타의 내부 문서를 제시하며 “그들에게 어린이는 상품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법 개정에 방점을 뒀다. 민주당 에드 마키 의원은 “우리는 사과에 지쳤고, 저커버그의 사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이제 행동과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도 “법을 바꾸지 않는 한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지적한 법은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 230조'를 뜻한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트 내용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특권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이 법을 근거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콘텐트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미국 의회에는 지난해 아동 성 학대와 관련한 플랫폼 기업의 면책 규정을 삭제하는 법안 등 복수의 법안을 발의됐지만, 아직 제정된 법은 없다. 다만 11월 대선에서 맞대결이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면책 조항 삭제에 찬성한다는 뜻을 뱕히면서 28년만에 관련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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