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경영진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다"
[박성우 기자]
▲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미 상원 청문회에서 온라인 아동 착취물 피해 아동의 부모들에게 "여러분이 겪은 모든 일에 대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
ⓒ <가디언> 보도 갈무리 |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미 상원 청문회에서 온라인 아동 착취물 피해 아동의 부모들에게 "여러분이 겪은 모든 일에 대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31일(현지 시각) 저커버그를 비롯한 쇼우 지 츄 틱톡 CEO, 린다 야카리노 X(옛 트위터) CEO, 에반 스피겔 스냅챗 CEO, 제이슨 시트론 디스코드 CEO 등 소셜미디어 수장들은 '빅 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 착취 위기'라는 이름의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소환됐다. 상원 법사위는 성명을 통해 "온라인 아동 성 착취의 폐해를 검토하고 조사하기 위해" 이들을 소환했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성 착취나 괴롭힘을 당한 피해 아동들의 부모들도 참석했다. 그중에는 이미 사망한 자녀의 생전 사진을 품에 안은 유가족들 또한 있었다. 청문회 도중 저커버그는 그들을 향해 몸을 돌려 "여러분이 겪은 모든 일에 대해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저커버그는 "그 누구도 여러분의 가족이 겪은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이며, 여러분의 가족이 겪어야 했던 일을 그 누구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업계 전반에 걸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냅챗 CEO인 스피겔 또한 스냅챗을 통해 불법 약물에 접근할 수 있었던 아동의 부모들에게 비슷한 애도의 뜻을 전했다. 수십 명의 부모들은 2023년 말 자녀가 과다 복용에 사용되는 약물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했다는 혐의로 스냅챗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스피겔은 "이러한 비극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 저희는 플랫폼에서 마약과 관련된 모든 검색어를 차단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상원의원들 "소셜 미디어가 삶 파괴"
청문회에 참석한 상원의원들은 소셜 미디어 수장들을 향해 수익에 눈이 팔려 제대로 아동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청문회 위원장인 딕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개회사에서 온라인에서 아동이 직면한 위험에 대처하는 것이 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자신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이며, 온라인 아동 성 착취는 "미국의 위기"라고 말했다.
더빈 상원의원은 소셜 미디어가 "범죄자들에게 아동을 성적으로 착취할 수 있는 강력한 새 도구를 제공했다"며 "신뢰와 안전에 대한 적절한 투자 실패, 기본적인 안전보다 이익을 끊임없이 추구한 결과 우리 아이들과 손주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또한 "소셜 미디어가 삶을 파괴하고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 경영진에게 "여러분은 그럴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여러분 손에 피가 묻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에 청문회에 출석한 경영진은 아동의 온라인 경험을 관리하고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통제와 도구를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부모가 앱 사용 시간 제한을 설정하고 자녀가 온라인에서 누구를 팔로우하고 소통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제어 기능을 포함하여 지난 8년 동안 30개 이상의 도구를 도입했다고 항변했다. 또한 2016년부터 안전과 보안에 2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약 4만 명의 직원을 고용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저커버그는 "우리는 청소년을 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는 지속적인 과제"라면서 "한 영역에서 방어 기능을 개선하면 범죄자들은 전술을 바꾸기 때문에 새로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소셜미디어에서의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동 온라인 안전 법안에 메타·틱톡·디스코드 CEO 지지 거부
하지만 저커버그의 주장과 달리 메타는 범죄자들이 플랫폼을 이용해 아동을 성매매하는 것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울 토레즈 뉴멕시코 법무장관은 지난 12월 아동 성 착취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메타를 고소했다. 토레즈 장관은 "메타가 페이스북 메신저와 인스타그램 DM이 미성년 사용자에게 위험을 가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안전장치를 구현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소송을 통해 메타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내 아동 성착취 실태를 논의한 내부 회의 문서가 공개됐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서에는 "매일 어린이 10만 명이 성인 성기 사진을 메시지로 받는 등 온라인 성희롱을 당했다"는 메타 내부의 자체 조사 결과도 포함돼 메타가 아동 성 착취 문제를 알고 있었음에도 감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청문회의 핵심은 '아동 온라인 안전 법안(KOSA)'이었다. 해당 법안은 아동 보호 단체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지만 일부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및 검열 우려로 비판을 받았다. 의원들은 경영진에게 소셜 미디어로 인한 아동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몇 가지 법안을 지지하는지 반복해서 질문했다.
의원들의 질문에 스피겔은 이전에 이 법안을 지지한 바 있다고 밝혔으며 X의 CEO 야카리노는 이날 처음으로 법안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메타와 디스코드, 틱톡의 CEO들은 아동 온라인 안전 법안에 대한 지지 선언을 거부했다. 이에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결론적으로 당신들은 이 법안에 대해 지지하지 않겠다는 얘긴가"라며 "이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린다면 우리는 기다리기만 하다가 죽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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