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여전히 높다"…'3월 금리인하' 선 그은 파월(종합)

뉴욕=권해영 2024. 2. 1. 09: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Fed, 기준금리 5.25~5.5% 동결
파월 "인플레 2%로 둔화한다는 확신 필요"
조기 인하 가능성 밀리자, 美 증시 하락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4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로 둔화한다는 '더 큰 확신(greater confidence)'이 필요하다며, 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의 기대보다 늦춰질 것임을 시사했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이었던 지난달과는 달리 Fed가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동결'에 나서자 뉴욕증시는 실망감에 일제히 하락했다.

파월, 3월 조기 금리 인하 전망 일축

Fed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 후 공개한 정책결정문을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5.25~5.5%로 만장일치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에 이어 4회 연속 동결 결정이다. 한국과의 금리 차는 상단 기준으로 2%포인트를 유지했다.

Fed는 정책결정문에서 "최근 지표를 보면 경제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며 "일자리 증가는 지난해 초부터 둔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실업률은 여전히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 동안 완화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더 큰 확신을 얻을 때까지 목표 범위를 줄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인플레이션 둔화를 확인하기 전까지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직후 기자회견에서 3월 금리 인하 기대의 불씨를 꺼뜨렸다. 그는 "이날 회의를 토대로 하면 3월 회의 때까지 (금리 인하) 시점으로 3월을 확신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며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6개월간의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충분히 낮았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고 향후 경로는 불확실하다"며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둔화를 확신할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둔화에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 물가가 반등해 뒤늦게 금리를 다시 올리는 것은 Fed가 경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경기침체 없이 물가를 잡는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서는 "갈 길이 멀다"며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 Fed 당국자들 사이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를 제안한 위원은 없었지만,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고 건전한 견해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Fed는 이날 FOMC 정책결정문에서 '추가 정책 강화의 폭(the extent of any additional policy firming)'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지난 1년 동안 이 문구를 통해 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왔는데, 이번에 이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상징적으로 금리 인하의 문을 열어뒀다. 대신 이번 정책결정문에는 '어떤 조정(any adjustments)'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파월 의장은 "긴축 사이클상 우리의 정책 금리가 정점에 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가 예상한 대로 점진적으로 발전한다면 올해 어느 시점에 정책금리를 낮추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이번 FOMC 결정을 '매파적 동결'로 해석하고 있다. Fed 입장에서는 경제와 고용,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다는 근거를 쌓을 때까지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기보다는 3월까지 정책적으로 운신의 폭을 넓혀두는 것이 유리하다. 시장이 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것을 경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이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인 메시지를 내놓자 시장에서는 3월 금리 인하 전망이 급속도로 확산했었다.

美 뉴욕증시 일제히 하락…"금리 인하 시점 너무 늦춰선 안 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날 FOMC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3월 피벗(pivot·방향 전환)을 기대했던 시장에는 실망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1월 금리를 동결한 후 3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35.5% 반영하고 있다. 이날 오전만 해도 인하 가능성이 55%가 넘었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후 20%포인트나 낮아졌다. B.라일리웰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아트 호거는 "좋은 소식은 이제 긴축에 대해 잊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결국 '만약'이 아니라 '언제' 금리를 인하하느냐인데, 나쁜 소식은 그 '언제'라는 것이 합의의 맨 끝으로 밀려났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욕증시는 실망 매물 출회로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371.01포인트(0.82%) 하락한 3만8150.3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9.32포인트(1.61%) 내린 4845.6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45.89포인트(2.23%) 빠진 1만5164.01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또한 각각 지난해 9월과 10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그동안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의 가장 큰 수혜주였던 기술주 약세가 두드러졌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7.35% 내렸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AMD는 각각 2.69%, 2.54% 내렸다.

여전히 3월 금리 인하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Fed가 올해 최소 세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고한 가운데 미국 노동부가 다음달 2일 발표하는 1월 고용보고서 등 추가 지표 흐름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인건비 상승률도 둔화되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미국 부국장인 앤드루 헌터는 "4분기 고용 비용 지수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임금 증가율 추가 둔화는 노동시장 여건 완화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Fed가 금리 인하를 지나치게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경계감도 흘러나온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통제 등과 관련해 여러 차례 '확신(confidence)'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했다는 절대적인 확실성을 기다리는 것은 경제가 시들기 시작할 위험을 높인다"며 "Fed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했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