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국내 캠프? 우리가 먼저 건의" KT의 기장행 비하인드
윤승재 2024. 2. 1. 09:04
“돈 없어서 국내 캠프 간다? 그게 아닌데...”
KT 위즈는 올 시즌 KBO리그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지난달 29일 부산 기장으로 이동한 선수단은 30, 31일 이틀간 자율 훈련을 치른 뒤, 1일 본격적으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한다. KT는 21일까지 20일간 1차 캠프를 치르고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가 2차 캠프를 소화할 예정이다.
KT를 포함해 KBO리그 팀이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건 2022시즌 이후 2년 만이다. 하지만 그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혀 있던 상황이었다. KBO리그 팀이 외부 요인이 아닌 구단 사정으로 국내에서 캠프를 치른 건 IMF 외환위기로 4개 팀이 국내에서 캠프를 차린 1998년이 마지막이었다. 무려 15년 만이다.
이 때문에 올해 KT가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른다고 발표했을 때 말들이 많았다. 구단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KT 구단 관계자는 물론, 선수단 주장 박경수는 펄쩍 뛰며 “그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경수는 “선수들이 먼저 구단에 요청했다”라고 설명했다.
KT가 캠프 행선지를 바꾼 것은 지난해 여파가 컸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잠잠해지자 KT는 다시 미국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렸다. 하지만 날씨가 문제였다. 겨울에도 따뜻한 곳으로 유명했던 애리조나지만, 지난해엔 춥다 못해 눈과 우박이 쏟아지는 이상 기후가 계속됐다. 패딩을 챙기지 못한 선수들은 추위에 덜덜 떨며 제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미국 LA 국제공항과 캠프가 있는 애리조나 투손 공항까지의 2시간 남짓한 비행도 선수들에겐 고역이었다. 특히 대표팀 선수들은 귀국길에 비행기 결함으로 항공편이 결항돼 버스로 7시간 이동하는 강행군을 겪기도 했고, KIA 타이거즈 선수들은 한국행 비행기가 악천후에 흔들리면서 인근 공항에 비상 착륙하는 악몽 같은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불안 요소가 많았다.
이에 KT는 새 시즌 스프링캠프지 후보를 처음부터 다시 물색했다. 일단 해외가 우선이었다. 기존 미국 애리조나는 물론, 괌도 고려했다. 하지만 그때 선수단이 먼저 제안을 했다. “부산 기장은 어때요?”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기장 현대차드림볼파크는 코로나19 유행 때 KT가 국내 캠프지로 사용했던 곳이다. 2021년 이곳에서 캠프를 차려 창단 첫 통합우승을 한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박경수는 “선수단의 의견을 모아 구단에 기장을 추천했다”고 전했다. 이동거리와 시차 적응에 문제가 없고, 훈련시설과 호텔 등 환경도 뛰어나다는 장점을 언급했다. 오히려 구단 관계자들이 놀라 “기장으로 가도 괜찮겠어?”라고 반문했다는 후문. 박경수는 “애리조나는 작년에 너무 추웠고, 괌은 그라운드를 보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 차라리 부산 기장에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선수단 의견을 듣고 구단에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박경수는 “우리가 국내에 캠프를 차리니까 주변에서 ‘구단의 투자가 저조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더라. 그건 아니고, 선수들이 모두 기장을 선호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장에서 우승한 좋은 기억이 있다. 올해도 좋은 기억을 살려 우승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한편, KT의 스프링캠프엔 이강철 감독을 필두로 코치진 10명, 선수단 44명 등 총 54명이 참가한다. 4년 만에 KT에 돌아온 멜 로하스 주니어와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팀에 합류한 우규민, 상무 소속으로 지난 시즌 퓨처스 남부리그 타격상을 수상한 천성호 등이 캠프에 합류한다. 2024 신인 선수로는 투수 원상현, 육청명과 포수 김민석 등 총 3명이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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