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신한맨 허영택, A캐피탈에 '이과식' 경영 DNA 심는다

최동현 2024. 2. 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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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재무지표 등 합리적 숫자관리 필수
잠재부실 털고 가벼운 몸집으로 새출발
이자수익과 투자수익 등 균형 갖출 것

"금융은 숫자가 인격입니다."

허영택 에이(A)캐피탈 대표는 '이과식' 경영을 선호한다. 수익성이나 건전성 등 회사의 모든 지표는 결국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허 대표는 "숫자를 강조하는 건 단순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라며 "신뢰가 생명인 금융업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숫자를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에서 36년간 활동한 금융업계 베테랑 허 대표가 지난달 초 A캐피탈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허 대표는 1987년 신한은행에 입사해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신한캐피탈 대표·신한금융지주 그룹경영관리부문장(CMO) 등을 역임했다. 신한금융 내 대표 전략통이자 재무통이었다.

허영택 A캐피탈 대표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허영한 기자]

허 대표는 통상 새 조직으로 옮기면 3~6개월 사이 대대적인 혁신을 추구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는 게 허 대표의 지론이다. 허 대표가 A캐피탈에서 가장 먼저 추진한 건 잠재부실 정리다. 정리할 건 과감하게 정리해야 시장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판단이다. 허 대표는 "과거 JT캐피탈(현 A캐피탈) 시절 기업금융을 추진하며 취급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몇군데서 적잖은 손실이 생겼다"면서 "충당금을 쌓으며 사업을 이어갔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전했다. 허 대표는 잠재부실을 빅배스(Big Bath, 대규모 손실 처리)로 털고 갈 예정이라 지난해 실적이 수치상 좋지 않게 보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캐피털업계는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비용 상승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에 따른 부동산 PF 부실 우려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A캐피탈도 지난해 경영 악화와 노사 갈등 등으로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노사가 회사 정상화에 합의하고 대대적인 기업 체질개선에 나서는 등 변화를 모색 중이다. 허 대표는 "현재 캐피털업계에선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져(위험노출액)와 자영업 대출 관련 부실이 화두"라며 "A캐피탈은 관련 위험이 거의 없어 오히려 이런 시기에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허 대표는 A캐피탈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할 방침이다. 허 대표가 캐피털사의 주요 먹거리로 보는 건 이자수익·투자수익·수수료수익 등 3가지다. 이자와 수수료수익이 비교적 단기간의 먹거리라면 투자수익은 중장기적 관점의 수익원이다.

허 대표는 캐피털사도 리테일이나 기업금융뿐 아니라 투자은행(IB) 부문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벤처투자다. 2019년 허 대표가 신한캐피탈 대표에 취임하며 가장 먼저 만든 것도 초기 스타트업 투자부서다. 당시 신한캐피탈이 취급한 벤처투자 운용자산(AUM)만 5000억원 규모로 웬만한 벤처캐피털(VC)보다 많았다. 연간 1000억원도 채 벌지 못하던 신한캐피탈은 허 대표의 체질개선으로 현재 당기순이익이 3000억원에 육박하는 핵심 계열사로 급부상했다. 허 대표는 "인공지능(AI)과 이차전지 등 전세계적으로 혁신의 대부분은 벤처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우선 이자수익쪽에 집중하되 점차 벤처투자쪽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나 부실기업 관리 등 시장 상황을 면밀히 보며 부실채권(NPL) 시장 등 틈새시장도 노릴 계획이다. 기존에 보유한 장기모기지론을 매각해 이보다 수익성이 좋은 자산을 매입하는 등 자산 재조정에도 나설 방침이다.

허 대표는 임직원들과의 소통에도 힘을 쏟고 있다. 부임 첫 주부터 직원들과 식사 자리, 티타임을 가지며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허 대표는 "좋은 회사로 거듭나길 바라는 직원들의 마음을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며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근무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금융업계에서 쌓은 모든 노하우를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영택 A캐피탈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허영한 기자]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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