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금싸라기 땅이 어쩌다…평당 3억원짜리 주차장 신세[PF위기 후폭풍]①
부동산 침체기에 분양가 급등, 찾는 사람 없어
브릿지론 상환 못한 시행사들 PF위기 겪어
만기연장 했지만 앞으로도 불투명
편집자주 - 태영건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가 워크아웃 결정으로 이어지는 동안 전국 건설 현장에는 침체의 한파가 닥쳤다. 태영건설의 사업장뿐만 아니라, 다른 건설사의 현장에서도 포크레인은 멈춰 섰고, 덤프트럭은 자취를 감췄다. 특히 ‘투자 불패’ 신화의 서울 강남에서부터 인천의 끝인 영종도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침체로 인해 공사를 중단하는 현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 건설사의 유동성 고갈로 인해 건설공제조합이 공사 계약금을 지급한 액수는 전년 대비 5배가 늘어난 상황이다. 사업 중단과 취소 현장이 늘어나는 가운데 주택 입주 물량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아시아경제는 한파의 여파가 닥친 사업장들을 찾아봤다.
[PF위기 후폭풍] 글 싣는 순서
① ‘평당 3억원’짜리 주차장 된 강남 금싸라기 땅
② "내년 입주 아닌가요?".. 텅빈 그 아파트 건설현장
③"도저히 못 짓겠다" 건설사 대신 갚은 계약금, 1년새 5배 급증
④서울 입주 공백 34년만에 최저…MB시절 암흑기보다 심각
서울 청담사거리부터 영동대교 남단까지 600m 남짓 이어지는 도산대로. 이 길을 따라가면 고급 오피스텔 부지 5곳에 줄줄이 닿는다. 청담사거리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디아포제 청담502’ 이후, 100m 간격으로 ‘루시아 청담 514 더테라스’ 와 ‘디아포제 청담 522’, ‘르피에르 청담’, ‘루시아 청담 546 더리버’ 부지가 순서대로 보인다.
한 평(3.3㎡)에 3억원(부동산 가치평가 서비스 ‘랜드북’ 추정가)에 달하는 금싸라기 땅들이다. 그런데 공사를 시작도 못한 곳은 두 군데나 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는 지방뿐 아니라 서울의 강남, 강남에서도 알짜로 꼽히는 청담까지 마비시켰다.
분양가, 한 평에 2억원 중반…"지금 누가 사겠나"
지난 26일 찾은 루시아 더테라스 부지 앞에는 ‘유료주차장’ 표지판이 덩그러니 붙어있었다. 중장비 대신 주차된 승용차들이 공터를 메웠다. 르피에르 청담 부지도 옛 프리마호텔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 사이로 철거 작업용 덤프트럭만 들락거렸다.
"2022년 분양했던 디아포제 502와 522만 해도 분양가가 평당 1억3000만~1억5000만원 정도라 진행이 잘 됐었어요. 땅값이 올라서 지난해 봄에 루시아 더테라스 분양가가 평당 2억3000만~2억5000만원까지 뛰더라고요. 르피에르 청담은 3억원까지 갈수 있다고 했고요."
"청담동에서만 27년째"라는 A 공인중개사 대표는 "그런데 1년 전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오피스텔은 투자 상품이라서 '있는 분'들도 지금 같은 침체기에는 관망만 하지, 투자를 안 하려고 한다. 지금 너무 심각하다. 물어보는 사람조차 없다. 거래가 아예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분양가가 갑자기 두배 넘게 오르고 금리까지 뛰는데 수요가 있을 리 없다. 분양이 안 되니까 못 짓고 있는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르피에르 청담의 시행사인 미래인과, 루시아 더테라스의 시행사인 루시아홀딩스 모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를 겪었다.
앞으로도 불투명…"정해진 게 없다"
미래인은 르피에르 청담으로 인해 지난해 8월 만기 때 채무불이행 위험에 빠졌다. 4640억원에 달하는 브릿지론이 문제가 됐다.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대주단이 올해 5월까지 만기를 연장키로 합의했으나, 이후 일정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래인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공사 일정, 분양가까지 지금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루시아홀딩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시행사는 지난 2022년 더테라스 부지를 담보로 했던 152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상환기일을 넘긴 적이 있다. 오피스텔 부지가 공매로 넘겨질 뻔했지만 이조차 유찰됐다. 이후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하는 우여곡절이 벌어지고, 이달 19일부터 사전 예약자에 한해 분양 상담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청담동 B 공인중개사 대표는 "시행사의 오피스텔 분양팀이 지난해 봄부터 이 동네 중개사무소에 발길을 딱 끊었다"며 "브릿지론 만기 연장이 됐어도, 분양이 안 되면 사업 자체가 진행이 안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행사 PF 사업 구조 바꿔야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피스텔은 중소형이 아니면 더 고전할 거고, 강남이라고 예외 지역도 아니다"라며 "공사비와 금리는 오르고 수익률은 떨어져서 하던 공사까지 중단하는데, 적자 공사를 시작할 시공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권 교수는 이어 "자산규모도 작은 시행사가 대출을 받아 수백억, 수천억원짜리 공사에 뛰어드니 이자도 감당 못 하는 것"이라며 "시행사가 자본금 규모에 걸맞은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자본금 대비 매출액 연동제’를 도입하는 식으로 PF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부동산 침체기마다 이런 악재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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