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인하는 없다' 작심한 파월…성명서 기조도 대격변 [글로벌마켓 A/S]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시장의 예상대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5.25~5.50%로 동결했다. 지난해 가파른 10차례의 금리 인상 이후 4회 연속 동결이다.
기준금리는 예상 범위를 유지했지만 시장은 기대했던 연준의 금리인하 신호가 사라진 뒤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현지시간 3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9.32포인트, 1.61% 내린 4,845.65에 그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알파벳 주가 급락 여파로 345.89포인트, 2.23% 내린 1만 5,164.01을 기록했다. 다우지수 역시 317포인트, 0.82% 하락해 3만 8,150.30으로 거래를 마쳤다.
● '더 큰 확신' 필요해…눈에 띄게 신중해진 연준
미 연준은 4회 연속 금리 동결과 함께 차후 금리 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성명서와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은 매우 강경했다. 연준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 즉 3월에 보험성 금리인하를 할 것이란 투자자들의 전망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 의견이 공개됐다.
현지시간 31일 FOMC가 이틀간 회의 직후 공개한 성명서는 지난 회의와 달리 전면적인 문구 수정이 이뤄졌다. 연준은 '미국의 경제 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간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얻을 때까지 목표 범위를 줄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준 성명서에서 언급한 '더 큰 확신(greater confidence)'은 이례적인 표현으로 조기 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0분 뒤에 연단에 오른 제롬 파월 의장 역시 이날은 딱딱한 어조로 일관하며 데이터에 따른 결정을 수 차례 강조했다. 기자회견 중반 파월 의장은 "오늘 회의를 토대로 볼 때 3월 회의 때까지 위원회가 신뢰 수준에 도달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금리인하 시점이 사실상 5월 이후로 미뤄질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또한 파월 의장은 "우리는 적절한 경우 연방 기금 금리에 대한 현재 목표 범위를 더 오래 유지할 준비가되어 있다"고 긴축 기조 변화가 느리게 진행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연준의 발표로 시장 분위기는 크게 얼어붙었다. 페퍼스톤의 시장 분석가인 마이클 브라운은 "연준이 서두르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첫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유효한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지표는 현지시간 2월 2일 연준이 주목하고 있는 미 노동부의 1월 고용보고서와 13일에 발표하는 CPI 지수 등이다. 이날 파월 의장도 지난달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공급망 악화로 불거졌던 상품의 인플레이션 외에 서비스 등 다른 가격 지표의 하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매월 950억 달러의 대차대조표를 계속 축소하고, 다음 회의에서 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로 인해 기관 투자자들의 금리인하 기대는 5월 이후로 미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가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 기준 3월 동결 확률은 64.5%까지 치솟았고, 대신 5월 25bp 인하 전망이 기존 48%대에서 62.1%로 상승했다. 다만 이날 오전 미 재무부가 연간 국채발행을 축소하겠다는 발표로 인해 채권금리는 크게 내렸다. 2년물 국채금리는 15bp 내린 4.209%, 10년물은 13.9bp 하락한 3.918%를 기록했다.
● '공급부족' 비만치료제, 노보노디스크…손실 축소 보잉도 급등 구글(-7.35%), 마이크로소프트(-2.69%), 애플(-1.94%) 등 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가 일제히 급격한 하락을 보인 가운데 호실적을 낸 비만치료제 전문기업 노보노디스크와 적자 폭을 줄인 보잉 등의 일부 종목만 상승세를 지켰다.
노보노디스크는 간밤 지난해 연간 보고서를 통해 매출 2,323억 크로네와 영업이익 1,026억 크로네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대비 36%, 44% 증가한 규모로 이를 바탕으로 미국 예탁주식도 5%대 강세를 기록했다.
노보노디스크는 비만치료제를 기반으로 한 성장이 지난해에 비해 둔화할 수 있다면서도 시장 예상을 넘어선 가이던스를 내놨다. 올해 연간 매출 성장률은 18~26%로 애널리스트 평균인 21%를 넘어섰고, 영업이익 증가율은 21~29%에 달할 것으로 제시했다.
라르스 프루에르가르드 예르겐센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는 "제2형 당뇨와 비만 치료에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그로 인해 100년 역사상 어느 때보다 강력한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면서도 "수요에 맞추기 위한 공급망에 대한 압박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37MAX 기종의 잇단 안전 사고로 인해 미 연방항공청의 조사를 받고 있는 보잉은 우려와 달리 지난해 적자 폭을 줄여 5.29% 뛰었다. 보잉은 매달 38대 생산하던 737MAX 조립에 제동이 걸리면서 연간 생산량 등 목표치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데이브 캘훈 최고경영자는 "주기적으로 재무 목표를 공유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면서 "당국의 지침을 따르고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해 안전과 품질을 보장하는 한편 차기 항공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 마감 후 실적을 낸 퀄컴은 지난해 4분기 주당순익 2.75달러로 시장 전망치 2.37달러를 넘어 깜짝 실적을 썼다. 퀄컴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주당 153달러선까지 뛰었으나 이후 가파른 변동을 이어가고 있다.
● 중국 경제 약화 지속…중동 불안은 수습 안간힘 이날 원자재 시장에서 국제유가도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2.53% 내린 배럴당 78.85달러, 국제 시세인 브렌트유 역시 1.40% 하락한 배럴당 81.71달러에 그쳤다. 원유 중개업체인 PVM의 타마스 바르가는 "중국의 제조업 지표는 현재로서는 적어도 중국이 석유 수요 증가의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군 사상자가 발생해 최악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중동은 직접 대결을 피하기 위한 막판 외교전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스라엘 사태 이후 다섯번째 중동을 다시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조정소통관은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담당 장관과 워싱턴 D.C에서 만나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설리번 조정관은 기자들을 만나 지난 연말 일주일간의 휴전을 언급하며 "지난번 보다 더 긴 교전 중단을 보길 원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측의 휴전 제안 이후 3단계에 걸친 교전 중단 절차를 논의 중으로 전해졌다. 하마스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엘 하니예 정치국장은 전날 '미국, 이스라엘, 카타르, 이집트가 제안한 휴전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인질 석방을 서두르라는 국내 여론의 압박을 받아왔다.
양국간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소요될 예정인 이번 휴전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 이후 이스라엘 여군 석방,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한 추가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즈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중재에 나선 미국 등은 최대 6주간의 휴전 이후 팔레스타인 지위와 이스라엘-사우디 국교 정상화 등을 포함한 지역 안정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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