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충당금 부담에…'코코본드' 발행 나서는 금융지주사
BNK금융도 2000억
발행액만큼 자본 인정
BIS 비율 하락 방어
신한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가 수천억 원 규모의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CoCo Bond)를 잇따라 발행한다. 계열 금융회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게 되면서 지주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코코본드를 발행하면 발행액만큼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BIS 비율 제고에 도움이 된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교보증권, 한양증권, DB금융투자 등을 주관사로 4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만기는 30년 이상으로 영구적이지만 5년 후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해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다. 조기에 상환하지 않고 페널티 금리를 부담하면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도 있다. 채권 발행 금리는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1.16%를 가산한 4.49%로 결정됐다.
BNK금융지주는 2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하기 위해 최근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주관사단을 꾸렸다. 지주 이사회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5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하기로 결정했으나, 금리나 투자 수요 등을 고려해 우선 2000억원어치만 발행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지주가 발행한 코코본드와 구조가 거의 같지만 발행금리는 신한보다 다소 높은 4%대 중·후반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코본드는 채권이지만 자본의 특징을 갖고 있다. 금융회사가 페널티 금리를 부담하기로 하면 자본처럼 원리금을 계속 갚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BIS 비율을 산정할 때 회계상 보완자본(AT1)에 포함시킬 수 있다.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이라는 측면에서 신종자본증권(영구채)과 유사하다. 하지만 코코본드는 사전에 정한 요건을 지키지 못하면 상각 처리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된다. 어떤 상황(Contingent)이 발생하면 주식으로 전환(Convertible)된다는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코코본드(CoCo Bond)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자동 상각 처리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사들이 잇따라 코코본드 발행에 나선 이유는 BIS 비율 저하를 방어하기 위해서다. 계열 금융회사들이 PF 부실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게 되면서 지주사 BIS 비율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투자증권, 신한캐피탈 등이 PF 부실에 대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한캐피탈은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금융 비중이 가장 높은 캐피털사로 꼽힌다. 3개월 미만 연체한 요주의이하 여신이 급증하는 등 지난해 PF 관련 부실비율이 급증했다. BNK금융지주의 경우 여러 계열 금융회사의 PF 부실에 더해 경남은행이 PF 횡령 사고에 따른 충당금까지 설정해야 한다. 당초 500억원대로 알려졌던 횡령 사고 규모가 최근 3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금융회사의 PF 충당금 부담이 커지면서 금융회사의 코코본드 발행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PF 관련 충당금 부담이 커지면서 코코본드나 영구채 발행을 준비하는 금융회사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지주사가 발행하는 코코본드는 원리금 상환 안정성이 높은 데 비해 금리가 높아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인기가 많다"면서 "발행 물량이 쏟아질 경우 공급 물량 증가로 금리가 다소 오를 수 있지만,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들이 PF 부실에 대비해 충분하게 충당금을 쌓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장기간 본PF 전환이 안 되는 브리지론은 100%를 예상손실로 인식해 충당금을 쌓고, 공사가 미뤄지거나 분양률이 낮은 본PF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충당금을 적립하며, 담보로 잡은 땅값이 하락하면 평가손실로 인식하라고 주문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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