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사천(私薦) 같은 공천(公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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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한 현역 의원은 요즘 아침 7시면 지하철역으로 출근한다.
한국 정치에서 공천(公薦)은 사천(私薦)이다.
겉으로는 시스템 공천, 객관적인 공천, 데이터 공천 등을 말한다.
그동안 정당들이 단 한 번이라도 공천과 관련한 근거를, 자료를 공개한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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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한 현역 의원은 요즘 아침 7시면 지하철역으로 출근한다.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시민들에게 2시간 동안 인사를 하는 게 일과다. 나름 안정적인 지역구라고 평가되지만, 그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그는 "공천이 확정되기까지 안심할 수 없다.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당 지도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총선이 끝날 때까지는 참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에서 공천(公薦)은 사천(私薦)이다. 겉으로는 시스템 공천, 객관적인 공천, 데이터 공천 등을 말한다. 그러나 돌이켜보자. 그동안 정당들이 단 한 번이라도 공천과 관련한 근거를, 자료를 공개한 적이 있었던가. 왜 특정 후보가 공천됐는지 경쟁 후보에게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준 적이 있었던가.
최근 여야는 후보자 면접, 여론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를 아는 것은 '권력자' 몇몇이다.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 보니 선거철만 되면 공천 후유증을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당사 앞에 몰려와 결정을 성토하는 시위대를 볼 날이 머지않았다. 정당들은 '겉으로 공정하게 하는 척' 할 뿐이다. 공천관리위원회 등을 구성하지만 구성, 심사, 결정 막후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다 아는 비밀이다.
공천은 권력이고 힘이다. 그래서 현역 의원들도 공천을 받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며 권력자의 눈치를 본다. 공천 여부가 권력자의 손에 좌우되는 경우가 허다하니 정치인들은 국민보다 권력자를 더 의식한다. 지역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도 늘 실력자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시·군·구의원들은 공천 권력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당협위원장의 눈치를 보고 국회의원·당협위원장은 공천 권력을 쥔 대통령이나 당 대표의 눈치를 보는 먹이사슬 같은 구조가 형성돼 있다. 정치권력자들은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바탕으로 힘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공천권이라는 목줄로 권력을 휘두른다. 민주화 시대에 맞지 않는 혁파해야 할 후진적 구조다.
'이기는 공천' '자객 공천'이라는 말이 정치권에 낯설지 않게 등장하는 것 자체가 공천의 허구성을 보여준다. 상대 후보에게 맞서 이길 만한 사람을 내세우겠다는 것은 전략적인 결정일지는 몰라도 '시스템'은 아니다. '전략공천 지역구'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조차 이러니 할 말이 없다. 여기에는 어떻게든 상대를 이기겠다는 게임의 논리만이 있을 뿐이다. 비판하던 상대 당으로 하루아침에 갈아타거나 지역구를 갑자기 옮기는 등의 행태가 이래서 나온다. 그것은 갈등 정치의 자양분이 된다. 권력자에게 충성하면 공천이 보장되니 앞만 보고 뛰는 이들이 많아진다.
요즘 여야의 공천 움직임을 보며 국민 세금을 생각했다. 지난해 여야 정당에는 450억 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이 지급됐다. 국민 세금이 쓰였으니 국민 감시가 있어야 정상이다. 공천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와 감시가 필요하다. 공천 개혁 없이 정치 개혁은 없다. 공천 개혁의 핵심은 확실한 기준과 투명성이다.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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