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키커 손흥민, 13년전 박지성 소환 "우스갯소리지만 아직 원망"
"우스갯소리지만, 아직도 박지성 형을 되게 많이 원망하고 있습니다.(웃음)"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승부차기 끝에 이기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 오른 뒤 이렇게 말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1일(한국시간) 열린 사우디와의 대회 16강에서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이튿날 대표팀 회복 훈련에서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은 13년인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을 떠올렸다. 당시 한국은 라이벌 일본과 준결승에서 맞붙었는데, 연장전까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그런데 승부차기 키커로 당시 주장이었던 박지성(현 전북 현대 디렉터)을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 대신 '젊은 피'에 속하는 선수들이 나섰다. 구자철(제주), 이용래(대구), 홍정호(전북) 등이 차례로 실축하면서 아쉽게 탈락했다.
손흥민은 '첫 키커로 나서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13년 전 박지성을 떠올렸다. 그는 "아직도 지성이 형과 관계가 워낙 좋으니까 웃으면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면서 "(나는) 그런 후회를 조금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가장 중요한 건 첫 번째나 마지막 키커"라면서 "그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싶었다. 감독님이 첫 번째 키커를 하라고 해서 아무 거부감 없이 찰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은 사우디를 상대로 나선 키커 4명이 모두 승부차기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후배들에게 '야유, 경기장 분위기 등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공과 차고자 하는 방향만 신경 써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이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승부차기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줘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도하(카타르)=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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