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분유 울상인데…'치즈'만 함박미소
지난해 수입액 8억6260만달러…4년새 55%↑
홈술 트렌드에 가공치즈→자연치즈 제품군 다변화
우윳값 인상과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우유와 분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치즈 소비만큼은 상승세가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다. 치즈가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음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간식은 물론 다양한 요리 재료와 안주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원유 소비량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업체들의 다양한 치즈 제품군 확대 움직임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매시장 치즈 매출액은 4064억원으로 전년(3860억원) 대비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3826억원이던 치즈 매출은 지난해까지 연평균 3.1% 성장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우유 매출이 2조1841억원에서 2조1532억원으로 0.7%, 분유가 689억원에서 520억원으로 13.1% 감소한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국내 소비자들의 치즈 소비가 늘어나면서 매출 1000억원을 넘기는 업체들도 등장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해 치즈 매출이 1년 전보다 12.7% 증가한 1095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점유율 27.0%로 업계 선두에 올랐다. 서울우유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2019~2021년 5% 이내였던 치즈 제품군의 매출 신장률은 2021~2023년 15% 내외로 늘어났다.
제조사별로는 매일유업이 751억원으로 시장점유율 18.5%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고, 동원F&B가 16.3%(660억원), 남양유업이 7.5%(304억원)로 뒤를 이었다. 브랜드별로는 역시 서울우유의 ‘서울우유치즈’가 선두를 기록했고, 매일유업의 ‘상하치즈’와 동원F&B의 ‘덴마크’, 남양유업의 ‘드빈치’, 동원F&B ‘소와나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최근 원유의 소비량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원유를 원료로 만드는 유제품의 소비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치즈는 활용도가 높은 식자재로 인식되며 수요가 빠르게 늘었고 수입액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치즈 수입액은 5억5508만달러(약 7400억원)에서 지난해 8억6260만달러(약 1조1500억원)로 4년 사이 5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량도 13만1354t에서 16만1753t으로 23.1% 늘었다.
국내 소비자들의 식습관 변화가 치즈 소비 증가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구화된 식단이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음식에 치즈를 곁들여 조리하는 일이 늘었고, 샐러드 등 간편식 소비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치즈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직 국내 치즈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치즈는 간식 등으로 선호도가 높은 슬라이스 치즈다. 지난해 소매시장 내 슬라이스 치즈의 점유율은 46.2%로 절반에 육박했고, 서울우유의 높은 점유율도 ‘체다치즈’와 ‘테이스티치즈 고칼슘’, ‘고단백치즈’ 등 슬라이스 치즈 제품군의 강세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치즈의 소비행태가 점차 변화하면서 치즈시장의 중심축도 기존 가공치즈에서 자연치즈로 넘어오는 모습이다. 변화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동인 중 하나가 팬데믹을 거치며 자리 잡은 홈술·혼술 문화다. 와인과 위스키 등 수입 주종을 마시는 일이 늘면서 가벼운 안주로 치즈를 찾는 일도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치즈는 특별한 조리 없이 바질·토마토 등 다양한 재료와 곁들여 먹을 수 있어 소비자들은 치즈를 안주는 물론 샐러드나 파스타 등 다른 요리에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치즈 제품군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치즈 수요는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유업계도 소비자의 인식과 트렌드에 맞춰 기존 슬라이스 형태의 가공치즈 외에도 부라타, 생모차렐라, 리코타 치즈 등 다양한 고급 치즈를 유통하며 시장을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맞춰 국산 원유로 만든 스트링치즈, 구워먹는치즈 등의 추가적인 국산 치즈 라인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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