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연이은 '패착'…이기고도 아슬아슬한 여정 [아시안컵]
김명석 2024. 2. 1. 06:03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승부수는 통하지 않았다.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활용하지 않았던 전술을 꺼내들었지만, 선제 실점 이후 부랴부랴 기존 전술로 바꿨다. 대회 기간 내내 선수 기용부터 전술 선택까지 번번이 패착만 이어지고 있는 상황. 결과적으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는 올랐으나, 여전히 아슬아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배경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대회 16강전에서 파격적인 스리백 포메이션을 꺼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중심으로 김영권, 정승현(이상 울산 HD)을 양 측면에 배치하는 전술이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단 한 번도 가동되지 않았던 스리백 전술을 ‘지면 탈락’인 토너먼트 무대에서 꺼내든 것이다. 부임 후 그토록 강조했던 연속성·지속성과 배치되는 결정이기도 했다.
수비에 무게를 두다 전방에 포진한 손흥민(토트넘)과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활용한 역습으로 일격을 가하겠다는 의지였다. 한 번도 활용한 적이 없는 만큼 상대의 허를 찌르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실제 이날 한국은 전반 볼 점유율에서 상대에 밀렸고, 주도권을 내준 채 수비에 집중할 땐 사실상 파이브백 형태로 웅크렸다.
다만 평가전도 아닌 실전에서, 그것도 만만치 않은 팀과의 토너먼트에서 꺼내든 건 분명 무리수였다. 결과는 후반 1분 선제 실점으로 이어졌다. 교체 투입된 압둘라 라디프가 김민재와 정승현 사이를 파고들었다. 설상가상 일격을 맞은 뒤에도 한국은 후반 좀처럼 슈팅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깜짝 카드로 내세운 정우영(슈투트가르트)는 후반 9분 만에 교체됐다. 10분 뒤엔 정승현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를 투입하면서 기존 전술로 바꿨다. 이날 전술적인 선택이 패착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변화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흐름을 바꾸기 위한 묘책을 꺼낸 것도 아니었다. 전술 변화 이후에도 경기력은 오르지 않았다. 한국의 후반 슈팅 11개는 모두 후반 36분 이후에 몰려나왔다. 사우디가 수비라인을 내린 이후에야 슈팅 기회를 잡았다. 그전까지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적으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조규성(미트윌란)의 극장골과 조현우(울산)의 승부차기 선방쇼 덕분에 8강에 오르긴 했으나, 이 과정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역할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할 만했다.
문제는 이번 대회 내내 클린스만 감독의 패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원 싸움에서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는 전술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경기력이 좋지 않던 선수를 거듭 선발로 기용하다 조기 교체를 반복하기도 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핵심 선수들이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인 건 로테이션이 필수적이었던 말레이시아전에 사실상 최정예를 가동한 클린스만 감독 선택의 여파다.
8강까지 오르는 여정 속에서 우승후보다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거나, 클린스만 감독의 묘수가 빛을 발한 장면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문제는 오는 3일 또 다른 우승후보 호주를 만나는 것처럼 점점 더 어려운 상대들과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전력 차가 크지 않다면 결국 감독의 역량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시점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과연 클린스만 감독은 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패착만 반복하는 지금까지 여정을 돌아보면, 우승 여정에 가장 큰 불안요소는 클린스만 감독이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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