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아플 때 수시로 칙칙”…사용주의 필요한 ‘인후염 스프레이’
장기간 과다 사용할 경우 2차감염 위험 높여
# 대형 트레일러 운전기사 박성환(36·가명)씨는 최근 지독한 독감에 걸렸다 회복됐지만 목이 건조해 마른기침이 나오고 인후 통증이 남았다. 일이 바쁜 탓에 병원은 잘 가지 못한다. 처방 받은 약을 먹으면 졸려서 운전대를 잡기가 두렵다. 박씨는 인후통 증상에 효과가 있다는 인후 스프레이를 약국에서 구입해 일주일 넘게 사용하고 있다. 인후 스프레이를 쓰면 목이 시원해지고 통증도 덜해 차에 두고 운전하며 수시로 뿌리고 있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 감기가 동시에 유행하며 인후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찬바람과 건조한 날씨에 목도 칼칼해진다.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이들이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파는 인후 스프레이를 찾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수시로, 장기간 사용하면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인후염은 주로 호흡기 원인균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으로 발생한다. 방치할 경우 급성중이염, 부비강염, 기관지염, 비염, 폐렴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인후염은 독감의 주요 증상이다.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줄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조치가 완화된 후 독감 환자가 폭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2018~2022년 독감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현황’에 따르면, 2022년 독감 환자는 87만3590명으로 전년(9574명)보다 91.2배로 늘었다. 질병관리청의 독감 유행주의보는 2022년 9월 발령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유례없는 장기간 독감 유행에 인후 스프레이의 인기가 높아졌다. 한미약품의 뿌리는 인후염 치료제 ‘목앤스프레이’의 경우 코로나19, 독감 대유행과 맞물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출시 첫해인 2015년 21만여개가 판매됐으며,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초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해 2022년 한해에만 82만여개가 판매됐다. 지난 1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391만개를 기록했다.
인후 스프레이는 크게 병원균 제거(항균) 효과가 뛰어난 제제와 항염·진통 효과가 있는 제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항균 효과가 주력인 제제는 흔히 ‘빨간약’이라고 알려져 있는 ‘포비돈요오드’를 비롯해 ‘세틸피리디늄염화물수화물’과 캐모마일에서 추출한 성분인 ‘수용성아줄렌’ 등이 있다. 항염·진통 효과가 주력인 제제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NSAIDs)가 있다.
포비돈요오드 제제 제품에는 한국먼디파마의 ‘베타딘 인후스프레이’, 신일제약의 ‘쿨에버 인후스프레이’ 등이 있다. 세틸피리디늄염화물수화물·수용성아줄렌 성분 제품으론 한미약품의 ‘목앤스프레이’, 태극제약의 ‘목앤탁 인후스프레이’ 등이 판매되고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 제품은 코오롱제약의 ‘아프모겐큐인후스프레이’ 등이 쓰이고 있다.
이들 제품들은 인후염을 유발하는 원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해 인후통 같은 목 안의 염증, 쉰 목, 구내염, 목 건조 등의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후 스프레이가 먹는 약과 효능·효과가 전혀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인후 스프레이는 목감기 초기 증상에만 효과가 있으며, 인후염이 이미 진행돼 열이 나고 통증이 심하다면 병원에서 적절한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광철 미래이비인후과 원장(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전 공보부회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인후 스프레이 제품이 크기가 작아 휴대성이 좋고 칙칙 뿌리기만 하면 돼서 사용도 편리하지만 치료 용도로 쓰기에는 큰 이득이 없다”며 “인후 스프레이는 인후염 증상 초기에 사용하고,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면서 병원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인후 스프레이는 보조적 치료 용도로만 사용하고 장기간 사용해서도 안 된다. 불필요한 과다 사용은 구강 내 유익한 정상 세균총을 파괴해 곰팡이균 등 세균이 침투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2차 감염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신 원장은 “인후와 구강 내에는 이로운 균들이 견제와 균형 속에서 하나의 생태계를 조성해 살아가며 외부의 적들을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며 “인후 스프레이는 멸균제이기 때문에 정상 세균총까지 사멸시켜 균들의 생태계에 균열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균열이 커지면 결국 붕괴하는데 절대 들어오지 말아야 할 해로운 균이 들어오면 오히려 건강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후 스프레이의 권장 사용 기간은 일주일 정도다. 일부 제품에는 요오드가 함유돼 있어 과다하게 장기간 사용하면 갑상선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도 있어 운전 시 사용하면 음주 운전으로 판독될 수 가능성도 있다. 신 원장은 “일주일 이상 장기간 사용을 피하고 혹시라도 입을 상쾌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중단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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