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채"라던 푸틴…"폭포 딸린 초호화 별장" 폭로 터졌다
대선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후보 등록을 위해 소득과 재산을 신고했다. 지난 6년간 약 10억원을 벌고, 소형 아파트와 러시아산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나코 2배 면적 별장을 소유하고 있다는 폭로가 추가로 나오는 등 숨겨진 자산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한편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러시아 내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불만으로 CIA에 협력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공식 급여는 14만 달러”
30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과 모스크바 타임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월 15~17일 치러지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푸틴 대통령이 신고한 2017∼2022년 소득 내역분을 공개했다. 러시아 대선 후보는 선거 연도 이전 6년간의 소득과 재산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 기간 소득이 6759만1875루블(약 10억306만원)이라고 신고했다. 급여, 예금, 군인 연금, 부동산 등이 주 수입원이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소형(77㎡) 아파트 1채와 18㎡ 크기의 차고 1개를 소유하고 있다. 1960년형 가즈 M21과 1965년형 가즈 M21, 2009년형 라다 니바 등 러시아산 승용차 3대와 1987년 생산된 캠핑 트레일러 1대도 신고했다.
또한 10개의 은행 계좌에 5441만6604루블(약 8억809만원)과 상트페테르부르크 PJSC 은행 주식 230주(주당 280.49루블)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의 153㎡ 규모 아파트 1채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18㎡ 규모 주차장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권리도 가지고 있다.
핀란드 인근, 흑해 연안, 소치 자산 거론
그러나 실제 푸틴 대통령에겐 숨겨진 재산이 더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러시아 고위층 부정부패를 주로 파헤쳐온 탐사보도 기관 ‘더 도시에 센터(Dossier Center)’는 핀란드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북서부 카렐리아에 푸틴 대통령의 비밀 별장이 있다며 항공 촬영 영상을 유튜브 등을 통해 전날 공개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동작센서와 철조장, 감시카메라로 24시간 감시되는 이 곳은 현대식 주택 세 채, 헬리콥터 패드 두 개, 요트 부두 여러 개, 송어 양식장, 소고기 생산을 위한 소 농장, 개인 폭포 등으로 구성됐다. 매체는 이 폭포가 국립공원의 일부이지만 외부인의 접근은 철저히 차단돼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별장 부지의 전체 면적은 4㎢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2.9㎢)의 약 1.4배, 모나코 공국(2㎢)의 두 배에 해당한다.
인근 주민은 푸틴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이 곳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10년 전 푸틴의 라이벌이었던 인물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이 곳은 금융가 유리 코발추크가 관리하는 자산 포트폴리오 중 하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미국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 보도를 인용하며 “푸틴은 연간 14만 달러의 공식 급여와 비교적 평범한 관저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만 슈퍼요트와 흑해 연안의 광대한 궁전을 포함한 다양한 고가 자산이 복잡한 금융 구조를 통해 연결돼 있다”고 했다. 뉴스위크도 소치의 여름 별장 등이 푸틴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급했다.
앞서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설립한 반부패재단(FBK)은 2021년 푸틴 대통령이 흑해에 면한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주 휴양도시 겔렌쥑에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짜리 초호화 저택을 실소유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과거 푸틴 대통령의 자산이 200조를 넘는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한때 러시아 최대 외국인 투자자였던 빌 브라우더는 2017년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푸틴 대통령의 자산 규모를 2000억 달러(현재 약 267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2016년 공개한 보고서에도 푸틴 대통령의 친구 한 명이 역외 회사를 통해 최초 20억 달러(2조원)을 이체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가족, 친구들과 연관돼 있는 자산이 많다.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는 2022년 3월 비즈니스 인사이더 모회사인 악셀 스프링거의 마티아스 되프너 CEO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푸틴이 나보다 훨씬 부자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머스크의 재산은 2600억 달러(현재 약 346조원)이었다.
CIA 국장 “전쟁 불만, 채용 기회”
한편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공개된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전쟁에 대한 불만은 국가 선전과 탄압의 두꺼운 표면 아래 있던 러시아 지도부와 러시아 국민을 계속해서 갉아먹고 있다”며 “이러한 불만의 흐름은 CIA에 한 세대에 한 번뿐인 채용 기회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 내부에서 미국 정보기관에 협력하려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번스 국장은 “푸틴의 억압적 통치력이 조만간 약화될 것 같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그의 국내 권력을 조용히 부식시키고 있다”며 “용병 지도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일으킨 단기간의 반란은 푸틴의 세심하게 다듬어진 통제 이미지 뒤에 숨어 있는 역기능의 일부를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중략) 푸틴 전쟁의 핵심인 거짓말과 군사적 오판, 러시아 정치 시스템의 핵심인 부패에 대한 프리고진의 신랄한 비판은 금방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번스 국장의 기고문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푸틴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CIA 국장이 썼다’고 이날 보도했다.
NYT는 그러면서 CIA가 러시아 정부와 군 인사를 포섭하기 위한 동영상을 연이어 공개하고 있는 것을 거론했다. 실제 지난주 공개된 러시아어 동영상 ‘내가 CIA에 연락한 이유: 조국을 위해’ 등은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을 통해 러시아의 내부 정보를 미국에 넘기도록 독려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부패에 대한 분노에 호소하는 비디오도 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포섭 작전의 성과를 밝히진 않았지만, 효과가 없다면 잇따라 동영상을 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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