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역할론이 뜬다…'野안민석 저격 공천설'엔 劉 "불쾌"

김기정 2024. 2.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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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의원의 총선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여권 관계자 발로 30일 보도된 것이 발단이 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31일 취재진과 만나 “(유 전 의원의 오산 출마를) 검토한 적 없다”면서도 ‘경기 남부지역 출마 가능성’을 묻는 말엔 “이기는 공천, 국민께 명분 있는 공천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인사는 사견을 전제로 “유 전 의원이 나서만 준다면 열세 지역인 수도권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 활용 방안으론 ▶수도권 선대위원장 ▶수원 등 경기 남부지역 출마 등이 거론된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3년 12월 12일 오전 경남 김해시 삼정동 삼성초등학교 옆 김오랑 중령 흉상 앞에서 열린 김 중령의 추모식에 참석해 있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배우 정해인이 열연한 오진호 소령의 실제 인물인 김 중령은 12·12 군사반란 때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불법체포하기 위해 사령부에 들어온 신군부 측 군인들에 맞서 홀로 교전하다 자정을 넘긴 13일 오전 0시20분께 M16소총 6발을 맞고 숨졌다. 사망 당시 34세로 계급은 소령이었다. 사후 10여 년간 추서되지 못하다 1990년 중령으로 추서됐다. 뉴스1

‘유승민 역할론’은 당내 야당을 자처한 그의 입지와 무관치 않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등에 줄곧 쓴소리를 해왔다. 그 탓에 유 전 의원은 보수 진영에서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어려움을 겪었지만, 동시에 ‘중수청(중도층ㆍ수도권ㆍ청년층)’에 소구력을 갖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이 수도권 선거에서 역할을 맡아준다면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지역 출마자들은 환영한다는 반응이 많다. “한 표라도 더 끌어모아야 할 판에 유 전 의원이 수도권 선거를 이끈다면 천군만마가 될 것”(경기 지역 예비후보)이란 거다. 윤희숙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되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멋진 모습을 보여 정치인으로서 자산을 쌓는 기회가 되면 당도 좋고 본인도 좋고 나라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의 수락 가능성을 두곤 전망이 엇갈린다. 긍정적으로 보는 측은 유 전 의원의 지난 28일 페이스북 글을 근거로 든다. 이날은 국민의힘 공천 신청 접수 개시 하루 전이었다. 유 전 의원은 “저의 거취에 대해 말씀드린다”며 “당을 지키겠다. 공천 신청은 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어 “이 당은 특정인의 사당이 아니다. 정치가 공공선을 위해 존재하기를 바라는 민주공화국 시민들이 이 당의 진정한 주인”이라며 “우리 정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복무하도록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이 “공천 신청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불출마’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여권에선 당이 필요로 한다면 유 전 의원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모종의 역할을 마다치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특히 유 전 의원이 ‘공공선’ ‘민주공화국’ ‘시민’이란 단어를 언급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당 관계자는 “공공선, 동료 시민 등 공화주의 사상에 뿌리를 둔 용어를 즐겨 사용하는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일종의 동지 의식을 표한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유 전 의원은 정치권 내 대표적인 공화주의자로 꼽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원장이 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을 찾아 총선 4호 공약 ‘구도심 함께 성장’을 발표했다. 이날 한 위원장이 천천동 주민과 함께 인근 보도육교를 걸으며 의견을 듣고 있다. 전민규 기자

다만 유 전 의원은 ‘오산 출마 검토’ 보도에 대해선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유 전 의원 측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은 당의 어느 누구와도 공천 관련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며 “누군가 공천 이야기를 언론에 먼저 흘리는 데 대해 유 전 의원이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유 전 의원에게 총선에서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 대선 당시부터 이어져 온 윤 대통령과 유 전 의원의 불편한 관계 때문으로, 당 고위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을 수도권 간판으로 내세웠다간 자칫 봉합된 당정 갈등이 다시 표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 측은 “현재로썬 유 전 의원이 링 위에 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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