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나라’ 폴란드 선율의 정수 들려드려요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 13일 협연 및 27일 리사이틀
‘피아노의 시인’ 프레데릭 쇼팽(1810~1849)은 폴란드의 자부심이다. 20세에 프랑스로 떠나 39세에 세상을 뜰 때까지 폴란드에 돌아오지 못했지만, 쇼팽은 평생 조국을 그리워했다. 러시아 지배하의 조국을 안타까워한 그는 마주르카와 폴로네이즈 등 폴란드 민속춤곡 선율을 모티브로 많은 피아노곡을 작곡했다.
쇼팽이 요절한 후 프랑스 파리의 무덤에는 폴란드에서 가져온 흙이 뿌려졌고, 그의 심장은 유언대로 폴란드 바르샤바 성 십자가 성장에 묻혔다. 폴란드에서는 쇼팽을 기려 1927년부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개최하고 있다. 5년마다 개최되는 쇼팽 콩쿠르는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들을 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쇼팽의 나라’ 폴란드를 대표하는 악단인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폴란드 출신으로 200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라파우 블레하츠가 2월 나란히 한국을 찾는다.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오는 13일 부천아트센터, 14일 예술의전당에서 한국 관객과 만난다. 13일에는 블레하츠, 14일에는 한국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협연자로 나선다. 블레하츠는 27일엔 예술의전당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연다.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01년 창단 직후부터 세계적인 지휘자와 연주자를 불러모으며 유럽의 주요 악단으로 도약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전용홀이 완파되고 단원 상당수가 희생되는 비극을 겪었지만 1950년 이후 부활해 폴란드의 음악적 뿌리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 투어 공연을 비롯해 폴란드의 대표적 음악축제인 ‘폴란드의 가을(국제현대음악축제)’에 고정적으로 출연하며 그 위상을 공고히 다졌다. 특히 쇼팽 콩쿠르의 결승 라운드와 입상자 투어를 함께하는 악단으로 더욱 친숙하다.
현재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은 안제이 보레이코가 2019년부터 5년째 맡고 있다. 폴란드계 부친과 러시아계 모친 사이에 태어난 그는 폴란드와 러시아를 넘나들며 음악적 역량을 키워왔다. 특히 독일 예나 필하모닉 음악감독 시절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얻었다.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부천아트센터와 예술의전당 프로그램 모두 폴란드의 전통 민요와 춤을 기반으로 클래식 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폴란드 작곡가 루토스와프스키의 ‘작은 모음곡(Little Suite)’으로 문을 연다. 그리고 부천아트센터에서는 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으로 알려진 피아노 협주곡 a단조를 라파우 블레하츠의 협연으로 선보인 뒤 브람스의 교향곡 제2번을 들려준다. 이어 예술의전당에서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선우예권과 함께 선사한 뒤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고전적이면서도 폴란드식 낭만이 공존하는 연주가 기대된다.
한편 한국에서 7년 만에 독주 리사이틀을 여는 블레하츠는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젊은 시절 쇼팽을 연상시키는 외모와 함께 빈틈없는 연주력으로 심사위원단과 관객을 사로잡았다. 당시 블레하츠는 쇼팽 콩쿠르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과 함께 4개의 특별상을 석권하며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1975년 우승자였던 크리스티안 짐머만 이후 30년만의 폴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라는 것도 화제를 더했다.
하지만 블레하츠는 여느 우승자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세계적으로 러브콜이 쏟아지는 가운데 연주 일정 틈틈이 폴란드 명문 코페르니쿠스대학에서 철학 박사과정을 밟은 것이다. 2016년에는 아예 1년간 연주 활동을 중단하고 박사 논문을 완성한 것이다. 마침 이때 폴란드에서 열린 비에냐프스키 콩쿠르를 보다가 대회 2위에 입상한 김봄소리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은 그는 먼저 듀오를 제안했다. 두 사람은 2019년과 2023년 두 차례 한국에서 듀오 콘서트를 가지기도 했다.
이번 한국 리사이틀은 그의 음악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쇼팽 스페셜리스트’ 블레하츠의 탁월한 해석을 느낄 수 있는 쇼팽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어 2부에서는 쇼팽 콩쿠르 이후 그가 몰두한 드뷔시, 모차르트, 시마노프스키 등의 작품들이 연주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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