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저출생과 출산장려금

모규엽 2024. 2. 1.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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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무려 7.69%나 감소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해 출생아 수 증가를 살펴보면 제천이 크게 앞섰다.

먹튀 현상의 대표적 예로 거론됐던 전남 해남도 2021년 출생아 수가 259명이었지만 지난해에도 259명으로 똑같았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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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규엽 사회2부장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무려 7.69%나 감소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1980년대만 해도 초등학교의 경우 교실이 부족해 오전·오후반이 있을 정도로 아이들이 많았지만 이제 학급당 20명 수준밖에 안 된다. 인구가 줄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외국에서도 한국의 출산율 저하에 대해 걱정한다. 심지어 ‘국가소멸론’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해 한 방송에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듣자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그만큼 한국의 저출생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국민일보는 ‘출산장려금 지자체 전수조사’라는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게재했다. 국민일보는 17개 광역시·도와 226개 전체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출산장려금 현황을 전수조사했다. 그리고 226곳 기초지자체 출생아 수 현황을 단독 입수해 비교하고 교차 검증했다.

취재기자들과 회의를 한 결과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충북 제천과 충주였다. 충주와 제천은 1시간 이내에 오갈 수 있는 사실상 공동생활권이다. 오히려 충주가 교통과 산업 발달 면에선 나은 편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출생아 수 증가를 살펴보면 제천이 크게 앞섰다. 제천이 전년보다 10.02% 오른 데 비해 충주는 같은 기간 3.89%였다.

원인을 찾아보니 출산장려금이었다. 충주는 다태아에게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래서 세쌍둥이의 경우 충북도 지원을 포함해 한 명당 1100만원씩 주고 있다. 하지만 제천은 4000만원을 지급한다. 충북도와 기초지자체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두 지역 출생 차이는 출산장려금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

전남 강진과 장흥, 해남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인접 지역인데 지난해 출생등록률을 살펴보니 강진은 65.59% 급증한 데 비해 장흥과 해남은 각각 2.96%, 16.14% 올랐다. 강진은 기초지자체 최다인 5040만원을 첫째 아이부터 지급한 반면 장흥은 첫째 300만원, 둘째 500만원, 셋째 700만원을 주고 해남은 320만원, 370만원, 620만원을 지원했다.

물론 출산장려금에 대한 비판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출생 늘리기가 아닌 인근 지역 ‘인구 뺏어오기’와 돈만 받고 바로 다른 지역으로 달아나는 ‘먹튀’가 그것이다. 하지만 제천 지역의 경우 인근 군 단위 지역인 단양과 강원도 영월의 출생률이 떨어지지 않았다. 먹튀 현상의 대표적 예로 거론됐던 전남 해남도 2021년 출생아 수가 259명이었지만 지난해에도 259명으로 똑같았다.

출산장려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2006년부터 17년간 출생을 늘리기 위해 300조 넘는 예산을 투자했다. 경험칙상 관료주의 체제에서 이 돈의 상당 부분이 용역과 인건비에 투자됐을 것이다. 차라리 이 돈을 모두 신혼부부와 태어나는 아이에게 투자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300조원이면 100만명의 출생아에게 한 명당 3억원씩 줄 수 있는 돈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기획취재 과정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출산장려금과 함께 정주여건, 즉 계속 그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단지 아파트 조성이다. 대단지 아파트가 만들어지면 필수적으로 학교와 어린이집, 마트, 병원이 따라온다. 국가소멸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선 뭐든 해야 한다.

모규엽 사회2부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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