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의 시시각각] 우리는 트럼프타워 회동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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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오바마 치열했던 막전막후
일본은 타워 입주자 분석까지 해
'2기' 준비나선 일, 우리는 뭐하나
」
발끈했던 오바마, 냉정했던 아베
아베의 강공에 놀란 오바마 백악관은 네 가지 조건을 걸었다. ▶워싱턴에선 만나지 말라 ▶1시간을 넘기지 말라 ▶식사는 하지 말라 ▶배석자를 두지 말라. 하지만 아베는 두 개(장소, 식사)는 수용하고, 두 개(시간, 배석자)는 거절했다. 이런 아베의 계산된 파격에 뉴욕 트럼프타워 입구에 마중 나온 트럼프의 장녀(이방카)와 사위(쿠슈너)는 극진한 환대로 호응했다. 당시 이방카·쿠슈너와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배석자 B의 증언.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베가 이방카에게 '아라벨라(이방카의 딸)'가 피코타로(일본 코미디언)의 노래와 춤을 잘 따라하던데요'라고 말을 건네자 이방카 부부는 너무나 기뻐했다. 그러곤 68층 회담장에 들어서자마자 트럼프에게 '이분(아베)이 제가 그저께 인스타그램에 올린 아라벨라의 피코타로 춤을 보셨대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트럼프의 얼굴이 확 펴지더라. 성공을 확신했다." 회동 후 맨해튼 인터콘티넨털호텔 숙소에서 봤던 아베의 의기양양했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지도자의 결단, 관료 조직의 치열하고 촘촘한 서포트가 아베-트럼프 밀월의 시발점이 됐다.
일본의 '트럼프 2기' 대책은 '이 대신 잇몸'
#2 그런 일본이 '트럼프 2기'를 향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기 때와 차이가 있다. 전방위 포위 전략이다. 트럼프와 이방카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정보 때문이다. 핵심 참모로 거론되는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친분이 두터운 야마다 전 외무심의관을 석 달 전 주미대사로 보냈다. 원래는 상급자인 사무차관이 가는 자리다. 트럼프가 발탁을 공언한 플린 전 보좌관에겐 40여 차례의 아베-트럼프 회담에 빠짐없이 배석했던 외무성 인사 T가 나섰다.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 대표는 기시다 총리의 최측근 인사 K가 맡는다. 다음 달 비공식 접촉에 나선다. 다만 1기 때와 달리 지도자 간 케미는 애매하다. 기시다는 트럼프가 좋아하는 '강한 리더'가 아니다. 트럼프타워를 전격 방문할 스타일도 아니다. 언제까지 총리직을 유지할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일본으로선 이(아베)가 없으니 잇몸(네트워크 총동원)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절박하다.
우리에겐 아이디어, 파이팅 과연 있나
그런데 정작 일본보다 더 절박한 처지의 우리는 뭘 하고 있을까. 트럼프 측과 끈이 있는 인사들은 전임 정권 사람이란 이유로 내쳐졌다. 하지만 정작 현 외교 라인엔 아이디어와 파이팅은 없고, 복지부동과 엘리트 의식이 넘친다. 발과 머리가 멈춰 서 있는 느낌이다. "트럼프가 돼도 한·미 동맹은 강력할 것"이란 주문만 왼다. 문재인 정부 때도 그런 '희망사고'를 반복하다 국제사회의 외톨이가 됐다. 바이든 정부와 벌써부터 척져선 곤란하지만, 물밑에서라도 2기의 손과 발, 머리가 어디일지 시급히 살피고 준비해야 한다. '이도 잇몸도 없는' 상태에서 넋 놓고 트럼프 2기를 맞았다간 상상을 초월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트럼프 1기 워싱턴에서 매일같이 상상을 초월한 비상식을 겪었기에 하는 고언이다. 다시 돌아가 트럼프타워 회동. 우린 너무 쉽고 가볍게 이야기하지만 그냥 성사된 게 아니었다. 일본은 몇 개월에 걸쳐 뉴욕 트럼프타워에 입주한 고객 명단까지 파악했다. 90%가 변호사였다. 거길 통해 쿠슈너 라인을 개척했다. 샴페인은 저절로 터지지 않는다.
김현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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