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구가족부’ 신설하면 꼭 해야 할 일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최근 저출생 대책을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공약 중에 가장 눈에 띈 내용이 있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 민주당은 ‘인구위기대응부’라는 이름의 인구 총괄 부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하던 2017년부터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총괄하는 부총리급의 인구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인구 총괄 부처의 목표와 기능, 주요 정책이 공약 속에 빠져 있어 무척 아쉽다. 무엇보다 양당 모두 합계출산율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릴 것인지 구체적 목표 제시가 없다. 한국은 2005년 ‘저출산·고령화 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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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율 구체적 목표 제시하고
각 부처 업무·인력·예산 모아
일자리·주거·양육 부담 풀어야
」
위원회 출범 초기에는 출산율 목표를 세운 적이 있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에서 2020년 출산율 목표치를 1.5명으로 잡았다. 당시 일본은 ‘희망 출산율’을 2020년에 1.8명으로 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여성을 목표 출산율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본다는 비판 때문에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아예 출산율 목표를 없앴다. 대신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세우고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은 당연히 추구해야 할 목표다. 그러나 이것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이런 두리뭉실한 목표 때문인지 2016년 1.17명이던 출산율이 2022년 0.78명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양당은 출산율과 인구 고령화에 대한 구체적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신설하고자 하는 인구부가 추구해야 할 주요 정책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달아나는 ‘호랑이’(출산율)의 꼬리를 잡으려는 방식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과감하게 호랑이의 길목을 지키는 방식이어야 한다.
지난해 3월 중앙일보·에스티아이 조사에 따르면 출산율 감소의 원인으로 양육비용 부담(응답자의 27.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일자리 불안정(20.7%), 주거 불안정(19.9%)을 그다음 원인이라고 응답했다. 그 밖에 자녀 돌봄 역할 부담(11.9%)과 남녀 성 역할 불평등(5.7%), 일과 경력 우선(5.0%) 등을 거론했다. 이는 여성의 일과 육아의 병행 부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뒤의 세 가지 원인을 합하면 22.6%나 된다.
즉, 국내 출산율 감소의 주된 원인은 양육 비용 부담, 일자리 불안정, 주거 불안정, 일과 육아의 병행 부담 등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인구부는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 고령화를 늦추기 위한 대책으로 이 네 가지 원인을 콕 찍어서 해결하는 종합적인 정부 부처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인구부는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교육부·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다른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저출산·고령화 관련 모든 업무·인력·예산을 한데 모아야 한다. 기왕이면 모든 부서의 정책 조율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부총리급으로 신설하면 좋겠다.
아울러 지금까지 저출생 정책은 중앙 정부의 다양한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추진해왔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별로 경쟁하듯 다르게 추진해왔다. 저출생 문제는 특정 지방이나 특정 지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범국가적인 재난 상황이다. 그런데도 중앙 정부가 본연의 절박한 임무를 방기해왔기 때문에 산만하게 추진됐다.
더욱이 지자체들의 평균적인 재정자립도는 2023년 기준 43%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중앙정부의 교부금으로 심각하게 떨어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제로섬 게임을 해왔다. 따라서 인구부는 이러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저출생 정책도 두루 흡수해야 할 것이다.
인구부의 명칭도 다듬을 필요가 있다. 기왕이면 인구부를 신설하면 ‘인구가족부’로 해서 여성가족부의 긍정적 의미를 승계하길 바란다. 이렇게 해서 남녀노소의 세대 화합뿐 아니라 여야 정치권이 화합하는 계기도 만들면 좋겠다. 인구 문제는 정치적 이해와 당리당략을 떠나 모두가 원팀으로 힘을 뭉쳐야 풀 수 있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현훈 강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제4의 길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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