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의 과학 산책] 수학자가 되고 싶다는 J에게 ②
꿈 많은 청소년인 J가 물었다.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할 수 있나요?
학교 수학에는 사실 특별한 비결이 있을 수 없어.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는 꾸준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지만 성적 말고 진짜 수학을 잘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여러 답이 가능하지만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실타래처럼 얽힌 복잡한 상황에서 어떻게 핵심을 꼭 집어내어 정돈할 수 있는가. 어려운 문제는 대부분 아주 복잡한 상황에서 과제가 주어지고 뛰어난 수학자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에서도 질서를 발견하는 것이지.
학교 수학은 사실 지루한 반복인데 반해, 진짜 수학자들의 문제 해결 과정은 사실 이종격투기나 프리미어리그 축구처럼 격렬한 스포츠란다. 처음에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거대한 벽을 마주친 듯 누구나 겁이 나고 도망가고 싶지. 하지만 천천히 살피고 약점과 빈틈이 있나 찾아본단다. 뭔가 보인다 싶으면 알고 있는 기술을 동원해 봐야겠지. 모든 기술을 다 동원해도 끄떡도 안 하면 좌절하게 된단다. 그때도 포기하지 않고 덤벼들 용기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새로운 공격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것이지.
실패를 거듭할수록 기술은 발전하고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거대한 벽이 무너지는 순간이 온단다. 이러한 짜릿한 승리의 경험이 쌓이면 좋은 수학자로 발전하는 것이란다. 또 좋은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이를 통해 우주의 신비도 조금씩 들여다보게 되고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게 된단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즐거움도 크지만, 너무 어려우면 좌절만 쌓일 수 있겠지. 자신의 체력에 맞는 적절한 대상을 찾는 것이 중요하단다. 이때 경험 많은 스승이 꼭 필요한 법이지. 진짜 수학자는 실전을 통해 성장하는 법이란다. 다음엔 수학자의 길에 대해 얘기해 보자.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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