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쏟아낸 한국 대표팀…거친 몸싸움 이겨야 승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서 천신만고 끝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물리친 한국축구대표팀의 다음 상대는 ‘사커루’ 호주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일 오전 0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8강전을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과 25위 호주는 역대 전적에서 8승 11무 9패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2010년대 들어 벌인 맞대결만 따로 살펴봐도 2승 3무 2패로 호각지세다.
그레이엄 아놀드(호주) 감독이 지휘하는 호주는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후보급 전력을 과시 중이다. 조별리그에서 2승1무를 기록하며 B조 1위를 차지했다. 인도를 2-0, 시리아를 1-0으로 이겼고 우즈베키스탄과는 1-1로 비겼다. 16강에선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를 4-0으로 완파하며 ‘화력 시범’을 펼쳤다. 이번 대회 4경기를 치르는 동안 7골을 몰아치면서도 짠물 수비로 1골만 내주며 안정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이번 대회 참가국 중 가장 체격이 좋은 팀으로 꼽히는 호주는 적극적인 몸싸움 위주의 단조롭지만 위력적인 ‘파워 축구’가 강점이다. 스피드도 좋다. 나란히 2골을 터뜨린 공격수 마틴 보일(하이버니안)과 미드필더 잭슨 어바인(장크트파울리)이 클린스만호의 경계 대상 0순위다.
이에 맞서는 클린스만호는 호주전 승리에만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기는 것 못지 않게 ‘옐로카드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8강에 오르는 동안 옐로카드를 받은 선수는 총 10명에 이른다. 대회 규정상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경고 2장을 받은 선수는 다음 한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옐로카드 명단에 추가로 이름을 올린 이강인(파리생제르맹)과 김영권(울산)을 포함한 10명의 선수 중 누구라도 호주전에 추가로 경고를 받을 경우 4강전에 나설 수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조별리그 부진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클린스만호 분위기가 ‘벼랑 끝 승부’로 여겨진 16강전을 승리로 마무리한 뒤 눈에 띄게 살아났다는 사실이다.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3-3무) 당시 실점 직후 뜻 모를 미소를 지어 구설수에 오른 클린스만 감독은 관련 논란을 의식한 듯 사우디전 내내 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런 그도 조규성의 동점골과 승부차기 승리 직후엔 코칭스태프·선수들과 기쁨을 나누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31일 진행한 회복훈련 분위기도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반면 로베르토 만치니(이탈리아) 사우디 감독은 뼈아픈 역전패에 더해 별도의 구설수에도 휘말리며 이중고를 겪게 됐다. 승부차기 도중 사우디 2·3번 키커가 잇달아 실축하며 패색이 짙어지자 나머지 경기 상황을 지켜보지 않고 벤치를 떠나 라커룸으로 퇴장하며 ‘조기 퇴근’ 논란에 휘말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선수들을 다독이고 동기부여를 해야 할 사령탑의 무책임한 행동에 사우디 축구계가 발끈했다. 야세르 알미세할 사우디축구협회장은 “만치니 감독이 (승부차기 도중에 그라운드를) 떠난 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따져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만치니 감독은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 어느 누구든 존중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클린스만 한국 감독과 만치니 사우디 감독은 1964년생(60세) 동갑내기이자 스타 출신 지도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클린스만은 유력한 우승 후보 한국의 사령탑으로, 만치니는 차기 아시안컵 개최국 감독이자 전 세계 연봉 1위 사령탑(360억원·추정)으로 나란히 주목 받았지만, 맞대결과 함께 희비가 엇갈렸다.
알라얀(카타르)=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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