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펀칭'에 또 실점…일본, 이기고도 '블랙홀 GK' 때문에 속 탄다 [아시안컵]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일본 축구의 골키퍼 고민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블랙홀' 수준의 플레이를 펼쳤던 스즈키 자이온 골키퍼가 16강 바레인전에서도 펀칭 하나를 제대로 못해 실점하고 고개를 숙였다. 일본은 8강에 올랐다. 하지만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입장에선 스즈키를 계속 기용할 수도, 그렇다고 중요한 토너먼트 승부들을 앞두고 뺄 수도 없는 상황을 맞았다.

일본 축구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경기장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바레인과의 단판 승부에서 3-1 승리를 거뒀다. 전반 31분 도안 리쓰의 선제골, 후반 4분 구보 다케후사의 결승포가 터졌으나 후반 19분 우에다 아야세가 자책골을 내줘 추격당했다. 우에다가 후반 27분 결자해지 모드로 쐐기골을 넣어 웃었다.

일본은 2월1일 오전 1시에 열리는 이란-시리아 맞대결 승자와 8강에서 만난다. 전력을 놓고 보면 일본과 이란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본 입장에선 이기고도 찜찜한 경기가 됐다. 2-0으로 앞서나갈 때만 해도 우승후보의 귀환을 알릴 만큼 경기력이 괜찮았지만 세트피스 위기 때 스즈키가 황당한 자책골을 헌납했기 때문이다.

두 골 뒤진 바레인이 라인을 끌어올리고 맹공을 펼치던 도중 수비하던 일본 대표팀에 찬물을 끼얹는 실점이 나왔다. 코너킥을 바레인 골잡이 압둘라 유수프가 헤더 슛으로 연결했는데 이 때 스즈키의 펀칭이 약해 제자리에서 뜨더니 공이 일본 골문 쪽을 향한 것이다. 이를 인지한 스즈키와 수비 가담한 원톱 우에다 아야세가 공을 서로 걷어내려다 충돌했고, 공은 결국 일본 골라인을 넘고 말았다.

결국 이번 골은 우에다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하지만 실점 장면을 복기하면 펀칭을 제대로 하지 못한 스즈키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스즈키는 이날 전반전엔 큰 문제 없는 플레이를 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달라졌다. 우에다의 자책골 직전에도 바레인의 크로스를 제대로 펀칭하지 못해 다시 공격 기회를 줬다. 이어 날아온 크로스 때 낙하 지점을 잘못 포착해 허공에 주먹질을 하고 말았다.

일본 대표팀의 불안 요소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가나 태생 아버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 스즈키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본 대표팀 주전으로 올라섰다. 일본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마치고 골키퍼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스즈키는 이번 대회 오기 전까지 A매치 경력이 4차례에 불과했다. 그런데 엔트리에 함께 든 마에카와 다이야는 A매치 경력이 한 경기, 다른 골키퍼 노자와 다이시 브랜든은 A매치 경력이 아예 없다.

이런 이유로 스즈키를 주전으로 세우기 불안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회 전부터 있었지만 모리야스 감독은 밑어붙였다.

모리야스 감독의 고집은 아직까지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즈키는 지난 14일 베트남과의 첫 경기에서 상대 세트피스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2실점 빌미가 됐다. 19일 이라크전에선 펀칭한 것이 상대 공격수 아이멘 후세인 앞에 정확히 떨어지는 '어시스트'로 둔갑하면서 실점했다. 일본은 충격적인 1-2 패배를 당했다.

24일 인도네시아전에서도 후반 막판 상대 슈팅에 반응이 느려 실점을 내줬다.

일본은 바레인전에서 나카야마 유타, 마이쿠마 세이야를 좌우 풀백으로 기용해 고민 거리를 하나 덜었다. 그러나 대회 우승을 위해 꼭 필요한 믿음직한 골키퍼 확보에 계속 실패하는 모습이다.

스즈키는 지난해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500만 파운드(85억원)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시안컵 플레이만 놓고 보면 맨유가 왜 러브콜을 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