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5만명? 오라 그래, 뿌시자고!” 손흥민의 라커룸 명연설
“실수해도 동료들이 있어. 동료들, 형제들, 가족들이 있다고. 그거 믿고 가서 쟤네 조용히 시켜주자. 쟤네 4만명, 5만명? 오라 그래.”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기 전 주장 손흥민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동료들에게 한 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객 4만여명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지만, 손흥민의 이 말을 들은 대표팀 선수들은 전혀 기 죽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결의에 찬 눈빛을 보여줄 뿐이었다.
이날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유튜브 채널은 ‘대한민국 8강 진출’(4만 관중을 이긴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11분여 분량의 아시안컵 16강전 에피소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경기장에 한국 대표팀이 도착하는 모습으로 시작했다. 정면을 응시하며 라커룸으로 향하는 선수들의 얼굴엔 약간의 긴장감이 엿보였다.
출전 직전, 선수들은 어깨동무를 한 채 일렬로 섰다. 대열의 가운데에 선 손흥민은 선수들을 향해 “실수해도 동료들이 있다. 동료들, 형제들, 가족들이 있다고. 그거 믿고 가서 쟤네 조용히 시켜주자”며 “쟤네 4만명, 5만명? 오라 그래. 우리가 유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운동장 안이니까 들어가서 뿌시자고(부수자고)”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이후 경기장에 입장하며 스태프 한 명 한 명과 손을 맞잡고 승리를 다짐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사우디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다가 승부차기에서 조현우(울산)의 선방 쇼로 4-2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그제야 경기 전부터 다소 긴장한 듯 보였던 선수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달려 나가 경기를 뛴 선수들과 부둥켜안으며 승리를 만끽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조규성은 “아쉬운 게 더 크다. 죄송하다. 더 분발하겠다”고 말하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조현우는 “선수들 최고다. 부담감이 많았을 텐데”라고 했다. ‘왜 눈물을 흘렸냐’는 질문에 조현우는 “너무 좋아가지고, 너무 감동이고 지금도 울컥한다”고 말했다.
황인범은 “모든 국민분들이 (조)규성이와 (조)현우 형을 많이 칭찬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황희찬은 “너무 뿌듯하고 오늘 잘 쉬고 다음 목표를 위해 잘 나가다 보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충분히 저희 팀은 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도 응원해달라. 선수들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테니 마지막까지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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