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필의 視線] 영화가 다 보여줄 수 없는 이순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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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한산'에 이어 이순신 영화 '노량'이 지난달 20일부터 상영되고 있다.
현재 관객수 455만명으로 전작 수준(1760만명, 730만명)을 넘지 못할 것이 점쳐지고 있다.
세 번째 장면, 선조는 원균이 칠천량에서 조선 수군을 다 잃자 다시 수군통제사로 이순신을 임명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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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한산’에 이어 이순신 영화 ‘노량’이 지난달 20일부터 상영되고 있다. 현재 관객수 455만명으로 전작 수준(1760만명, 730만명)을 넘지 못할 것이 점쳐지고 있다. 더 이상 관객 감동을 받쳐줄 이순신 스토리텔링이 부족해 진 것일까.
임진왜란 기간 그의 삶은 역동적이고 격정적이었다. 드라마 그 자체였다. 영화는 그 모든 걸 담아낼 순 없다. 다음은 영화가 못 담는 장면들이다.
첫 장면은 왜적이 부산으로 쳐들어오던 날, 1592년 4월 13일(음력)이다. 그 전날 이순신은 함포 사격을 끝으로 거북선 제작을 완료했다. 1년여 전 전라좌수사를 맡자마다 왜적 대상으로 전쟁 준비를 시작했다. 이런 그가 준비를 마치자 왜가 침입해 온 것이다.
두 번째 장면은 정유재란 초기, 선조는 명령을 어긴 이순신을 죽이려 할 때다. 그는 “전쟁이 안 끝났는데 장수를 죽여선 안 된다”는 신하들 만류로 목숨을 건졌다. 백의종군길 충남 아산 본가에 들렸는데, 여수에 있던 어머니가 올라오고 계신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오던 배 안에서 돌아가셨다. 죄인 신분이라 장례도 못 치루고 길을 떠나야 했다. 그 심정을 난중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어찌하랴, 어찌하랴. 천지 사이에 어찌 나와 같은 사정이 있겠는가. 어서 죽는 것만 같지 못하구나.”
세 번째 장면, 선조는 원균이 칠천량에서 조선 수군을 다 잃자 다시 수군통제사로 이순신을 임명했다. 그를 죽이려던 왕이 다급해지자 머리를 숙였다. “(너의) 직책을 갈고 백의종군하도록 한 것은 (나의) 모책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며 왕의 과오를 인정했다.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라고 두 번 썼다. 왕의 사과를 받은 신하의 심정은 어땠을까. 김훈은 소설 ‘칼의 노래’에서 “내 끝나지 않은 운명에 나는 몸을 떨었다”고 대변했다.
네 번째 장면은 명량해전에 나가기 바로 직전이다. 선조가 약해진 수군 전력을 감안해 육군 편입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순신은 “미천한 신이 죽지 않은 이상 적들은 감히 나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라며 거부했다.
다섯 번째는 명량해전 직후 막내 아들 면이 죽었다는 소식을 받았을 때다.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듯하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하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내 마음은 죽고 형상만 남은 채 부르짖어 통곡할 따름이다(난중일기).” 영화 ‘노량’도 1년 전 있었던 면의 죽음이 비중 있게 다뤘다.
이순신의 죽음에 대해 전사 직후부터 자살설, 은둔설이 나돌았다. 일리가 있는 듯하나 모두 분명한 근거는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다는 사실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임진왜란 7년 전쟁이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전투에서 죽었다. 이만큼 드라마틱한 애국적 삶이 있을까. 조선의 운명이 걸린 전쟁을 혼자만 1년 전부터 준비하고, 연전연승하다가 옥에 갇히고, 또 풀려나 명량·노량에서 더 큰 승리를 거뒀다.
노량해전 이야기는 그가 죽는 바람에 난중일기에 직접 남기지 못했다. 좌의정 이덕형은 “왜적이 대패하여 물에 빠져 죽은 자는 이루 헤아릴 수 없고, 왜선 200여 척이 부서져 죽고 부상당한 자가 수천여 명입니다. 왜적의 시체와 부서진 배의 나무 판자·무기 또는 의복 등이 바다를 뒤덮고 떠있어 물이 흐르지 못하였고 바닷물이 온통 붉었습니다”라고 왕에게 아륐다.
노량해전은 함포전 위주의 ‘안전한’ 다른 전투와 달리 ‘치열한’ 백병전으로 치러졌다. 이로써 이순신은 죽었고 전쟁은 끝났다.
/천안·아산 선임기자 chohp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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