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전 女파일럿 실종 미스터리 풀리나…"비행기 찾은 듯"
여성 조종사로는 세계 최초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전설의 파일럿 어밀리아 에어하트가 실종 당시 몰았던 비행기 잔해가 발견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에어하트가 1937년 세계일주에 도전했다가 실종된지 87년 만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해양탐사업체 '딥 시 비전' 조사팀은 지난 27일 자사 인스타그램에 "태평양 해저 4877m 지점에서 에어하트가 실종됐을 때 조종했던 록히드 10-E 엘렉트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고 게재했다. 에어하트의 실종 전 기착 예정지였던 중부 태평양 적도 부근의 미국령 하울랜드 섬에서 약 161㎞ 떨어진 해저다.
조사팀은 음향탐지장비를 단 자율 무인 잠수정(AUV)을 이용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1만3468㎢에 이르는 해저지형을 탐사했다. 추가 확인을 위해 카메라가 달린 원격 무인 잠수정(ROV)을 동원해 1년 안에 재탐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가능하면 인양도 시도할 계획이다.
딥 시 비전 최고경영자(CEO)인 토니 로메로는 "에어하트 실종은 역대 최고의 미스터리"라면서 "이번 발견으로 실종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기회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의 도로시 코크란 큐레이터는 조사팀이 찾아낸 해저 물체가 하울랜드섬에서 그리 멀지 않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점에 대해 "에어하트의 마지막 무신 신호가 하울랜드섬에 다가서면서 강해졌던 점을 고려하면 에어하트가 하울랜드섬 인근에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의 해저 고고학자인 앤드루 피에트로츠카는 "이것이 비행기, 심지어 에어하트의 비행기일 수도 있지만 단정하기엔 이르다"며 "탐지 데이터의 잡음이거나 다른 비행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해 탐사업체 노티코스의 데이비드 조던 사장도 조사팀이 발견한 물체에서 에어하트가 조종한 록히드 엘렉트라의 특징인 쌍발엔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음향이 복잡하고 추락 후 비행기의 외형이 변형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소리와 이미지만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에어하트는 1927년 린드버그가 최초로 대서양을 비행기로 횡단한 지 5년 뒤인 1932년 대서양 횡단에 성공했다. 1937년 항법사 프레드 누난과 함께 적도 주변 항로를 따라 세계 일주 비행에 도전했다가 같은 해 7월2일 연료 보충을 위해 하울랜드섬으로 향한다는 내용의 교신을 마지막으로 실종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남태평양 일대에서 16일에 걸쳐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그의 행적을 밝히지 못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마셜제도에 추락한 뒤 사이판섬에 인질로 붙잡혔다' '일부러 실종 자작극을 벌인 뒤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다' 등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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